금년은 우리의 사역을 45번째 마무리하는 해이다. 곤충처럼 무모하게 더듬이 하나로 더듬거리며 왔을 뿐, 위에서 섭리하시며 인도하시는, 크고 넓으신 손길이 아니었더라면 불에 섶을 지고 뛰어들었을 경우도 많았으리라고 회고된다. 만일 우리가 세상 것을 우선으로 추구하며 눈에 보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가족과 자신의 안일만을 위해 출발했더라면,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이리저리 뒹굴다가 없어지듯이 45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리라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다. 물론 이렇게까지 된 것 역시 하나님의 은혜임이 틀림없거니와 그분이 함께하시지 아니했더라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직하게 40년 넘도록 다른 세계를 추구하거나 더 좋은 기회를 노리며 변경 한 번 못 해 보고 여기까지 왔다. 혹자는 한 우물을 팠기에 오늘이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또 다른 우물을 팔 만한 저력도 용기도 없었던 터라 그날그날, 하루하루를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헤치며 그 길 따라 여기까지 왔다. 앞에 절벽이 있을 때에는 절벽을 돌아서 갈 만한 지혜나 여유도 없었고, 강물이 가로막을 때면 남의 배를 빌어 건너갈 사교성도 없었다.

시작조차 너무 초라했다. 손에 쥔 것이 없었기에 이민 첫 생활에 생계 유지를 위해 공장 생활을 하며 푼푼이 모은 몇 푼으로 시작해야 했다. 벽에 부딪치고 깊은 홀이 생길 때마다 그분의 손길이 아니었더라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럴 때마다 히스기야 왕이 앗수르 왕 산헤립이 보낸 편지를 받고 “여호와 전에 올라가서 그 편지를  여호와 앞에 펴놓고 (...) 여호와여 귀를 귀울이소서 여호와여 눈을 뜨고 보시옵소서”(왕하 19:14-16)라고 간청했듯이, 답답할 때면 이 흉내를 내기 일쑤였다.

우리 주님은 우리를 외면하지 아니하셨다. 비록 수년간을 가시덤불과 엉겅퀴 속에서 헤매며 긴 터널을 지나도록 하시기는 했으나, 길을 잃지 않게 하시고 오늘에 이르게 하신 것이다. 금년 한 해는 코로나19 전염병으로 대부분의 기업이나 개인 사업을 비롯하여 개개인이 그 어느 해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매출이 급강하고 개인의 소득 역시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맡겨진 사역 또한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예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맡겨 주신 사역에 요동됨이 전혀 없이 오히려 신앙적으로 크게 무장했고, 사역자 모두의 간절한 기도와 함께 전체적 운영에 큰 진전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미국 전체의 팬데믹 피해에 비하면 우리 회원들의 피해는 매우 저조하지만, 이로 인한 의료비 지원이나 별세한 회원들의 위로비 지원이 예전에 비해 급상승했음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다소 우려되고 걱정되는 일이 있기는 해도 내년 역시 회비를 인상하거나 프로그램을 변경할 계획은 아직 없다. 

금년 한 해에도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넉넉히 주셨기에 넉넉히 나누기도 했다. 신청된 의료비가 1천5백만 불 이상 되기는 했지만, 회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실무 담당자들의 노력으로 1천만 불 정도 의료비가 지원되도록 했으며, 이런 거액의 의료비조차 2~3주 내에 지원되도록 하여 관계 기관들의 많은 호감을 사고 있다.

금년 한 해를 회고하며 이와 같은 나눔 사역을 맡겨 주신 우리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한없이 드린다. 아울러 이 나눔 사역에 참여하신 수많은 회원, 그리고 이 사역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우리 동역자 한 분 한 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내년 2022년에도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커다란 은총을 받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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