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펴냄(2020)

이 책의 출판사 홍보 문구가 눈길을 끈다. 전자책 종합 1, 독자 별점 4.8점 신기록, 독자 요청 쇄도로 종이책으로 전격 출간. 그리고 텀블벅 펀딩 1,812% 달성.

낯선 단어의 궁금증부터 풀어야겠다. 텀블벅 펀딩. 웹사이트에서는 디자인, 영화, 게임, 출판, 요리, 패션, 이벤트 등에 창작자와 창업자들이 도전하는 한국의 크라우드 펀딩 커뮤니티라고 소개한다. 2만 개 넘는 시도들이 120만 명의 후원자들을 만나 세상에 공개되었다는데, 이 소설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소장용 종이책이 나왔다지만, 오디오북으로 조금 들어본데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바로 전자책을 구입했다. 장르는 환타지 소설. 배경은 잠들어야 갈 수 있는 마을과 번화가에 위치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 주인공은 페니(penny). 또 다른 주요 인물은 달러구트, 백화점 주인이다. 그렇다면 달러 역시 페니처럼 화폐 단위일까?

내용은 한밤의 잠, 낮잠을 자는 사람 및 동물 손님들로 북적대는 달러구트 백화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과 사고파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따뜻하고 편안한 숙면 같은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재미와 재치가 느껴지는 부분은 꿈값이다. 손님이 꿈을 꾸고 난 후 느끼는 감정의 딱 절반이 꿈값이다. 그 감정은 액체가 되어 백화점 금고의 병을 채우고, 은행에 병을 가져가서 바꾼 현찰은 꿈의 마을에서 수익이나 생계 수단이 된다. 꿈값은 후불제이며, 손님이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요금을 받지 않는다.

사람은 왜 꿈을 꿀까? 왜 인생의 3분의 1씩이나 잠을 자며 보내도록 만들어졌을까? 도무지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 같지 않은 신비롭고 이상한 장면들, 자꾸만 꿈에 나오는 그 사람, 분명히 기본 적 없는 장소들, 어젯밤 꿈속에서 그토록 생생했던 일들이 정말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까? 누구나 한 번쯤 스치듯 가져봤을 질문 더미를 애착 인형처럼 끌어안고 지냈다.”라면서 작가는 궁리해봐야 도무지 알 수 없는 어제와 오늘 사이의 그 신비로운 틈새를, 기분 좋은 상상으로 채워 놓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리고 점점 상상이 현실과 사랑스럽게 밀착하는 것을 느끼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라고 창작 동기를 밝혔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상점가 마을. 그리고 잠든 이들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장소들, 잠이 솔솔 오도록 도와주는 주전부리를 파는 푸드트럭, 옷을 훌렁훌렁 벗고 자는 손님들에게 정신없이 가운을 입혀주는 투덜이 녹틸루카들, 후미진 골목 끝에서 악몽을 만드는 막심의 제작소, 만년 설산의 오두막에서 일하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베일에 싸인 꿈 제작자, 태몽을 만드는 아가냅 코코, 하늘을 나는 꿈을 만드는 레프라혼 요정의 작업실까지. 그중에서도 잠든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담았다.”(작가의 말 일부)

작가 이미예는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부산대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다. 클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소설을 발표했다. 잠을 자면 기억에 남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며, 좋아하는 것은 8시간 푹 자고 일하기. 싫어하는 것은 잠도 못 자고 밤 새워 일하기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꿈에서는 걷고 뛰고 날 수도 있는 저는 꿈에서 깨어나면 그러지 못합니다.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는 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늘은 나는 독수리는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에만 집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드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본문 일부)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본문 일부)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본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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