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목사(샴버그침례교회 담임)

백화점이나 상점의 마케팅 전략 중에 ‘Buy one Get one Free’가 있다. 이를 줄여 BOGO라고 하는데, 한국식으로는 원 플러스 원(1+1), 혹은 덤이나 끼워 팔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한국 가게나 시장에서 물건을 샀을 때, 상술 좋은 주인은 잘 안 팔리거나 곧 상할 물건들을 단골들에게 선심 쓰듯 끼워 줄 때가 많이 있었다. 가령 동네 구멍가게에 엄마 심부름으로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아직 상하지는 않았지만 신선하지 않은 두부 한 모를 봉지에 싸주시면서 “얘, 엄마한테 이거 오늘 해 드시라고 해!”라는 식이었다. 그러면 엄마는 그 두부로 반찬이나 찌개를 만들어 주셨다.

성경에서 야곱의 첫째 아내 레아는 바로 그런 인생을 살았다. 레아는 눈이 나빠 아버지의 일을 잘 돕지 못했던 반면, 라헬은 밖에 나가 양을 치며 가사를 도왔다. 동생 라헬은 야곱이 좋아할 만큼 매력도 있었지만, 레아는 혼인 적령기가 되었어도 결혼하자는 동네 청년이 없었다. 아빠 같은 남편을 만나 엄마 닮은 엄마가 되겠다는 소녀적 꿈이 무르익어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레아의 마음은 조금씩 무너져갔다.

동네 청년 누구도 자기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말하기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아주머니들도 자신을 지나친 채 엄마에게 동생 라헬 이야기만 할 때 레아의 마음은 다시는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은 동굴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언젠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줄 사람, 자신을 마음 깊이 원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은밀한 기대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은밀한 기대마저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동생 라헬이 야곱과 결혼하는 날이었다. 자신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가족과 동네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그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날이었다. 물론 아버지는 레아를 아끼고 사랑해서 한 일이라지만, 조카 야곱을 속여서 동생 라헬의 결혼에 끼워 팔았다. 동생 라헬을 위해 칠 년간 봉사한 야곱에게 동네의 관습을 들어 라헬 대신 언니 레아를 신방에 들여보낸 것이다. 그리고 칠 일 후에 라헬을 둘째 아내로 줄 테니 다시 칠 년간 봉사해서 갚으라는 말까지 하면서 말이다. 아버지 라반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뜩이나 낮은 자존감이 동네 사람 앞에서 수치스럽게 드러났다. 특히 자신을 마음 깊이 원하지 않는 야곱에게 이런 식으로 끼워져 살게 된 것이 레아는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제껏 BOGO의 인생을 살아온 레아에게 아들들을 허락하시면서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주셨다. 레아는 아들들의 이름을 지으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첫째, 둘째, 셋째, 마침내 넷째 아들을 낳았을 때는 하나님을 ‘찬송’하면서 유다라고 이름 지었다. 슬픔과 수치로 가득찬 그녀의 삶에 하나님께서 찬송을 주신 것이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그녀의 슬픔이 하나님이 허락해 주신 아들들로 인해 위로받고, 나아가 찬송하는 값진 인생으로 바뀐 것이다.

성경에서 레아의 노래는 슬픈 노랫가락으로 시작하지만 소망이 이루어진 기쁨의 노래이다.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값싼 소망을 노래하거나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절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망 속에서 소망을  노래하고, 가볍고 가치 없는 삶인 것 같은데 어느새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한다.

시인 박노해는 그의 시에서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라고 노래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길들은 정말 다양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없다고 슬퍼하며 절망하기보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하겠다. 깍두기처럼 끼워 팔린 인생이라도 하나님이 개입하시면 그 누구보다 깊은 찬송을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을 마무리하는 이즈음, 아직 코로나19의 깊은 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무언가 구원의 실체를 잡으려는 이 세상에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잡으라고 힘있게 찬송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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