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라 지음 / 누림과 이룸 펴냄(2021)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난 3,762일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보여 주듯, 이 책은 굶주림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두 번이나 탈북한 저자의 모진 삶에 대한 기억이자, 마침내 주님 안에서 참 자유를 찾은 신앙인으로서의 간증이다.

청진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병약해도 밝고 활발하게 자란 저자는 고교 졸업 후 청년돌격대에 들어가 평양에서 건설 작업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결혼했다. 이때 경제난과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대기근이 북한을 강타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주머니 안에 옥수수 10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고 한다. 굶주림이 조카, 아빠, 아들을 앗아갔다.”

저자는 가난에서 헤어나고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신매매꾼에게 속아 33세에 국경을 넘었다가 강제 결혼을 했고, 천신만고 끝에 탈출, 조선족 여성의 도움으로 난생처음 성경책을 접하고 조선족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2009년 공안에게 붙잡혀 강제 북송되었으며, 비법월경죄로 노동교화형을 받아, 고향 회령에 있는 교화소에서 강제노동을 했다. 저자는 기도에 의지해 옥살이를 버텼다고 말한다. “지옥 끝에 있는 것 같은 감옥 생활에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신앙으로 의지할 수 있는 동역자를 주신 하나님이 너무나 놀랍고 감사했다.”

출소 뒤에도 북한의 실상은 여전히 굶주림의 연속이었다. 누구나 자기 먹을 것을 자기가 벌어먹어야 했다. 게다가 저자는 탈북했다는 이유로 집요하게 감시당했다. 

43세가 된 저자는 10년 만에 재탈출을 감행했다. 일면식 없는 브로커들과 남한 도착하면 받을 지원금으로 외상 거래를 하고,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를 거쳐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그렇게 2015년에 자유로운 삶을 얻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저자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어린 나이에 떼 놓고 온 아이들만 보고 싶었다. 상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죽을 만큼 힘들었다. 그때 외로워하는 나를 위해 처음 온 사람들이 바로 교회분들이었다. 일부러 찾아와 예배를 같이 드려 주었다. 가족 말고 어딘가 희미한 점 같은 사랑의 불빛 하나가 감지되는 듯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저자는 남한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고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민들레가족상담센터의 소장이 다니는 하나교회로 옮기면서 하고픈 일도 찾았다. 탈북민과 주님의 복음 사이에 미술 심리치료 상담이라는 징검다리를 놓는 일이었다. 

“그날 밤 김영아 선생님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고, 그 공포 속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었을까? 내가 교화소에서 나가 중국으로 가자고 할 때마다 그분은 고개를 저었다. 북한 땅에서 복음을 전하라는 게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신 마음이라고 도리어 나보고 여기서 나가면 아버지 일을 하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애들은 어떻게 하냐고 덤비면 너무나 평안한 얼굴로 아버지 하나님께서 다 키워 주시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잡아 주었다.”

“그때 기도가 나왔다. ‘주님 불쌍한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마음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졌다. 아! 김영아 선생님의 평안함이 바로 이런 자유에서 온 거였구나, 죽음까지도 주님께로 올려보내고 아무 두려울 것 없는 자유, 그러니 정치범 수용소를 가든 더한 곳을 가든 주님을 전할 수 있었나 보나.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씀처럼 진리이신 주님께 모든 것을 올려 드렸을 때 자유가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상담을 통해 심리적, 육체적 상처를 치유했고, 교회에서 함께 예배하는 신앙의 자유를 찾았고,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민들레가족상담센터에서 탈북인 전문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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