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목사(샴버그침례교회 담임)

이따금 첫사랑 회복에 대한 기도 요청을 하는 성도들이 있다. 나 또한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개 교회 중 첫 번째 교회인 에베소 교회에 하신 말씀을 따라 ‘첫사랑’을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렇게 기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야 만나다 보면 그 사람에게 실망해 사랑이 시들해질 수 있다지만, 예수님과는 시간을 들여 알면 알수록 더 감사하고 그 교제 속에서 생명이 흐르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시간이 갈수록 예수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더 깊이 확인하기 때문에 예수님을 더 사랑하게 되고, 자격 없는 나를 용서해 주시고 받아 주시는 은혜에 젖게 되며, 그런 은혜와 사랑에 적셔진 우리의 가슴을 꼭 짜면 생명의 은혜가 흘러나와야 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신앙 생활이 아닌가? 그렇게 신앙생활을 한다면 첫사랑은 더 깊은 사랑이 될 것 아닌가?

우리가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많은 경우는 20년 전, 30년 전 수련회나 부흥회를 통해 성령 충만을 경험하고 열심히 간구하며 뜨겁게 교회의 사역을 감당했던 때일 것이다. 즉 체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이다. 뜨거운 체험을 막 경험한 당시에 열심히 했던 신앙생활은 지금 기억해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해준다.

성경을 더 깊이 알려고 성경 읽기와 단계별 성경 공부를 했고, 큰 소리로 뜨겁게 새벽 기도와 철야 기도를 했으며, 구령의 열정을 갖고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와 거리로 나갔고, 가능한 한 교회의 모든 사역의 시간들을 함께하며 연령 고하를 막론하고 섬겼던 때였다. 그렇게 바쁘게 봉사했으면서도 기쁘게 감당했다.

그런데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으로 봉사하며 신앙생활을 했던 때가 부러운 것은 지금 우리의 영적 처지가 그렇지 못하고, 마음이 냉랭하거나 메말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룩한 영적 불만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전과 같은 성령 체험을 다시 할 수 있다면 지금의 냉랭함과 영적 메마름을 해소시켜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체험을 다시 하면 올바른 신앙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열정은 다시 생길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지속될까? 이전 ‘첫사랑’의 시기에 가졌던 ‘활발한’ 신앙생활은 비교적 ‘조용한’ 지금의 신앙생활보다 더 경건하고 성경적이라는 것인가? 활발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그 자체가 신앙생활의 기준인가? 그렇다면 지난 30년, 혹은 50년 동안 우리가 교회를 통해 배우고 익혀온 신앙 생활은 현재 그런 ‘활발함’을 유지하지 못하기에 무익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예수님도 늘 ‘활발’하지는 않으셨다. 가버나움에서 논쟁이 있자 벳새다로, 두로와 시돈으로, 가이사랴 빌립보로 물러나기도 하셨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예수님은 믿음으로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기도 하셨고, 그 속에서 우리를 구원해 아버지께로 인도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셨다.

신앙 생활의 기준은 뜨거운 체험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인 예수님과의 관계에 있다. 이스라엘 백성의 목적이 가나안 땅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인 것과 마찬가지다. 첫사랑은 ‘나 처음 믿은 그 시간 귀하고 귀하다’는 찬송가 가사처럼 은혜에 감사하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 우리는 처음 믿었을 때보다 주님을 더 깊이 사랑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우리가 바르게 신앙생활 해왔다면, 즉 예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가져왔다면 예수님의 신실함을 경험했기에 그분에 대한 신뢰가 더 자랐을 것이고, 자주 넘어지는 우리를 인내하며 일으켜 주시는 예수님의 깊고 영원한 사랑을 더 많이 확인했을 것이며, 하나님을 예배할 때마다 거룩하지 못한 우리가 의지할 분은 오직 예수님뿐임을 더 절실히 경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의 기도를 즐겨 한다. “주님, 작년보다 올해 주님을 더 사랑하게 해주세요. 주님, 어제보다 오늘 더 주님을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주님 사랑의 고백이 진실한 고백이 되도록 오늘도 주님의 영광을 보여 주세요.”

2022년 새해에 첫사랑의 기억만 그리워하며 현재의 메마름을 한탄하기보다 작년보다 더 주님을 사랑하는 한 해가 되도록 힘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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