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의 근원인 그분이 나와 함께할 때 나는 복이 될 수 있다."

식솔을 데리고 길 떠나는 아브라함
식솔을 데리고 길 떠나는 아브라함

우리는 성탄절 인사와 새해 인사를 함께 합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거나 자정 불꽃놀이를 한 지 열흘하고도 수일이 지났습니다. 새 마음으로 새해를 잘 시작하셨는지요?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뜻대로 되지 않아도 낙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음력으로 시간을 계산하는 문화권의 사람들이지요. 우리가 설날이라고 부르는 그날이 올해는 2월 1일입니다. 또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들이 카톡방을 요란하게 만들겠지요? 유대인들의 새해 명절 로쉬 하샤냐(Rosh HaShanah, 나팔절)는 9월 26일입니다. 초승달의 관측 여부에 따라 새해의 시작일을 결정하는 이슬람 국가들의 히즈라력(Hijrah)에 따르면, 그들의 새해 첫날(1 Muharram)은 7월 30일입니다.
 
문화권마다 새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니, 언제가 진짜 새해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다수가 동의하고 따르는 기념일(1월 1일)을 지키겠지만 결국 시간의 카이로스적인 의미를 곱씹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적용해 본다면 각 사람의 새해 첫날은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새해 첫날 기념일은 언제일까요?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나(창 12:1)”로 시작하는 성경 말씀은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구절입니다. 그 사건이 그의 인생과 정착지를 바꾸었으니 아브라함에게 새해는 그 말씀을 들었던 날이 아닐까요? 왜 아브라함에게 갈대아 우르와 하란을 떠나라고 하셨는지에 대한 질문은 모세와 그 백성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신 이유와 더불어 자주 나누는 성경공부 주제입니다. 

우르 제3왕조의 시기였던 유프라테스 강 남부 지역은 수메르 문명이라 일컫는, 발달된 정치ᆞ사회ᆞ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풍부한 자원과 편리한 문명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윤리, 문화, 종교적으로 타락한 죄악의 땅이었기에 하나님께서 그곳로부터 엑소더스하게 하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약속의 땅을 주셨다고 풀어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수메르 문명의 우르나 이집트 문명의 멤피스만큼은 못 되더라도 가나안이라 불리던 그 땅 역시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의 땅’이었습니다. 지구라트나 피라미드까지는 아니었지만 산지(high place)에 제단이 있었고 바알과 아세라를 비롯한 많은 신들을 섬기는 ‘우상숭배의 땅’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도 아니었고 하나님만 믿기에 적합한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가나안 땅도 이집트나 고대 바벨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 땅은 타락한 인간들이 사는, 죄로 물든 땅 가운데 하나였고, 그 중에서 하나로 선정된, 그래서 가서 살라고 지시하신 땅이었을 뿐입니다. 수많은 인구 중에서 아브라함을 선택하셨듯이 말입니다. 

성경구절을 좀더 자세히 읽어 보면 중요한 것은 땅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복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그런데 복 혹은 복이 되어야 할 주체는 땅이 아니라 아브라함이라는 사람입니다. 그 땅에 가면 그 땅이 주는 복을 아브라함이 받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이 복이 되어 그 땅을 복되게 할 것이라는, 복되게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이 오면 뭔가 나아질까요? 내일이 나에게 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고 하는 사람이 복이 될 때 내일은 복으로 가득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 전의 아브라함이 자신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요? 세월과 환경에 따라 사는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이며 적극적인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자아에 대한 새로운 발견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인본주의에 머물지 않고 그런 깨달음을  일으키신 절대 타자인 하나님을 고백하니 놀랍습니다. 

“하나님이 계시고 그분은 복의 근원이시다,

, 나는 그렇게 복의 사람이 되어 가야 할 땅을 밟고 경영하고 만나는 사람들을 축복하고 돌보고 세울 것이다, 나를 통하여 그분이 흘러가게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를 통해 그분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에게 진정한 새해가 시작되었기를, 이제라도 시작되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그날이 여러분의 New Year Day이며, 설날이며, 나팔절이며, 1 Muharra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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