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민 지음 / 시공사 펴냄(2014)

이 책의 저자 배상민은 1998년 스물일곱의 나이에 동양인 최초로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 교수가 되었다. 스마트 디자인, 데스키 등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에서 코닥, P&G, 코카콜라, 존슨앤존슨, 3M, 골드만삭스 등 유명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아 뉴욕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로 일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쓰레기나 만드는 소비주의 문화의 부속품으로 사는 일에 회의를 느낀 저자는 90퍼센트의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 인간애를 실천할 수 있는 디자인,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05년 한국의 카이스트로 왔다. 디자인 연구팀 'ID+IM'을 꾸려 '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제품들을 국제디자인공모전에 출품해 47회 입상했다. 접이식 MP3 플레이어 크로스큐브는 애플의 아이팟을 제치고 국제디자인공모전 IDEA에서 은상을 수상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나눔 프로젝트의 수익금 15억 원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이웃들을 지원했다. 또 제3세계 사람들이 적정기술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시드 프로젝트북한을 위한 디자인작업도 진행 중이다.

저자는 삶의 핵심 키워드가 '3D'라고 말한다. 그래서 산업 디자이너가 되어 나눔을 실천하기까지의 삶을 기록한 이 책의 제목도 나는 3D이며, 각 장의 제목 역시 '나는 꿈(Dream)을 꾼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디자인(Design)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기부(Donate)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세상에 나눌 게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 돈이 있으면 돈을 나누고 돈이 없으면 재능을 나누면 된다. 재능도 없고 돈도 없는 사람은 시간을 나누어도 좋겠다. 만약 돈도 재능도 시간도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긍휼한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독자들에게 나눔을 제안한다. “나눔이야말로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자기 계발이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나눔을 이렇게 정의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주는 것을 나눔이라 생각하지만, ’준다는 생각을 하면 원래 가지고 있던 자신의 것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눔은 내 것을 나누고 그것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나눔은 그저 좋은 일, 착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보다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작은 톱니바퀴, 그것이 바로 나눔이다. 미세하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톱니바퀴가 초침을 움직이고 분침을 움직이듯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은 움직임으로 거대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놀라운 존재들이다.”

한국월드비전의 양호승 회장은 월드비전과 함께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눔 상품을 디자인한 배상민 교수는 진정한 크리에이터라면서, “그가 늘 말하는 꿈꾸고 디자인하고 나누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일독을 권했다.

(본문 중에서)
제아무리 명품이라도 내가 그들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내 몸이 그들의 디자인을 홍보하는 광고판 신세로 전락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피할 수 없으면 치열하게 견디라고 말하고 싶다. 치열함 없이 즐기는 것만으로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만고불변의 진리,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흔히 디자이너는 타고난 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조차 노력이고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재능보다 뛰어난 실력은 오로지 노력뿐이다.”

소비 중심적인 사회에서 디자인의 가치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 가방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물론 욕망 충족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10%의 욕망을 충족시키느라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는 90%의 요구를 등한시하는 게 올바른 일일까?”

나눔 프로젝트의 개요는 기본적으로 자선 활동을 목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면 수익금 전체를 자선 활동에 사용하는 것이다. 나눔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자선을 목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수익금의 100퍼센트를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한다. 소비와 동시에 기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부를 위해 소비자들이 내키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구매 욕구가 충분히 생기는 아름다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내 사명이었다.”

나는 저 척박한 땅 아프리카가 아니라 이 풍요로운 땅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그것은 내 선택도 노력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하나의 차이 때문에 나와 그들은 엄청나게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마실 물이 없을까 봐 염려하지 않고 잠잘 곳이 없을까 봐 불안해하지 않는다. 게다가 교육도 받는다. 하지만 나는 혹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내가 엄청난 행운을 누리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이 행운이 당연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누리고 있는 행운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이제껏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이것이 Seed project의 시작이었다. ‘나에게 재능을 준 데는 이유가 있구나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재능을 쓰라는 의미구나.’”

나는 인생의 시기마다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려면 나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공부하고 노력하고 재능을 단련해 정말 필요한 순간에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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