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숙(일리노이)

“아무리 비즈니스 안목이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곳에서 비즈니스를 할 생각을 했을까?” 

Y의 사업장을 다녀간 대부분의 지인들이 한 말이다. 그러나 Y와 그녀의 남편에겐 눈이 맞아 시작한 사업장이다. 일리노이의 구석진 작은 마을에서의 삶을 위해 시작한 세탁 사업이 올해로 벌써 20년째다. 그 이름은 행복 세탁소!

누구나 이민 생할 20년 이상이면 책 한 권 쓸 정도의 이야기가 있다지만, 돌아보니 Y의 35년 이민의 삶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다. 세탁 사업이 하향세일 때 뒤늦게 시작한데다 경험 부족으로 지독한 고생을 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였고 사춘기를 지나는 때여서 부모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밤낮없이 무릎 꿇고 능력 밖의 일들을 절대자께 울부짖으며 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눈 맞아 시작한 이 사업장에서 Y는 가나안의 축복을 누렸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Y의 진짜 속셈은 사람 버는 사업을 하는 거였다.  사람만큼 큰 재산은 없다는 철학으로  살아온 터여서, Y는 사람 욕심을 좀 내는 편이었다. 

Y의 사업장은 단순한 일터일 뿐 아니라 복을 누리며 나누는 가나안이기도 하다. 겉보기엔 초라하고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Y는 이곳에서 수지맞은 복을 누렸고 지금도 누리고 있다. 미국 학교 경험이 없어서 아이들 진로 문제에 관한 상담이 필요할 때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진로를 결정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절대자의 인도하심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바느질에 자신도 없고 취미도 없어서 다른 일은 몰라도 세탁소는 절대 안하리라 장담했던 Y는 지금 재봉틀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맵시를 살려 주는 바느질쟁이가 되어 있다. 손님들은 종종 Y에게 응원을 보낸다. “You are my life saver!”

다급하게 가져오는 그들의 필요를 채워 주는 일도 보람되고 행복하다. 갑자기 상을 당해 세탁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오는 한 벌 옷이라도 경제적 손익을 따지지 않고 세탁을 해주는 것도 그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거라 생각했다. 가나안에서는 종종 이런 보람과 의미 덕분에 배가 부르다.

가나안에선 온갖 소음으로 귀는 시끄러워도 마음은 언제나 평화롭다. 삶의 조급함 때문에 깨졌던 평화가 가나안의 재봉틀 앞에 앉아 있으면 수선이 된다.  재단하고, 뜯고, 꿰매고...

속도(빨리 빨리)가 가져다 준 불안은 수선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새 “느림”으로 전환되며 평안해진다. 수선의 신비는 불안과 조바심을 치유하는 능력이다. Y는 가나안에서 많은 치유와 교정을 경험한다.

교회 예배도 사모하지만, Y는 날마다 예배를 드리는 삶의 현장인 가나안이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하루 일과를 마감할 즈음이면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이 들다가도, 세파에 시달린 모습으로 들어오는 손님을 보면, 어느새 한 톤 올라간 목소리와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미소로 맞이한다. 고단하고 지친 그들에게 잠시나마 작은 위로와 행복의 쉼터가 되어 주고 싶어서이다.

세상은 누군가를 희생제물 삼아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 하지만, 예수님은 스스로 희생제물이 되셔서 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시지 않았던가!  Y는 오늘도 가나안에서 작은 희생 하나로 누군가에게 작은 구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노동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나 가난 복지 귀한 성에 들어가려고 내 중한 짐을 벗어 버렸네... 저 생명 시냇가에 길이 살겠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