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명 장로(버지니아)

신년을 맞이하여 덕담을 나누는 것이 상례인데, 올해에는 모든 것이 취소되어서 좀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진정성이 사라진 인사치레를 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그것마저 생략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 같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인데,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과 같다고 할까, 눈인사로 서로 눈치만 살피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아빠! 아무 데나 나가면 안 돼요.” 권고 사항이라지만 명령이나 지시나 다름없다. 이유를 알면서도 손발 묶이고 정신 놓은 채 울 안에 갇혀 멍청한 동물 취급을 받는 것 같고, 사람 냄새도 못 맡고 생전 본 적도 없는 신기한 세상에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분간이 안 간다. 

흔히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자가격리’라는 죄목으로 내리는 형벌이 ‘가택연금’이고 기간이 정해져 있기 마련인데,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무기한이다. 바이러스에 끌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 인공지능을 만들었다고 장담하는 기술이나 우주를 정복했다고 환호하는 사람들이나 얼마나 초라해 보이는지 모른다. 과학자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백신을 만들어 겨우 숨통이 트였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여전히 얼어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쌍둥이 중 살 가망이 없는 아기 옆에 다른 아기를 같이 있게 했더니, 서로 안고 있다가 둘 다 건강한 생명으로 소생하는 놀라운 장면을 보면서, 지금의 상황이 그동안 사람 간의 온기가 사라지고, 물질 문명과 기계 문명,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매달려 서로를 보듬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한 데 대한 하늘의 경고나 징벌이 아닐까 싶다. ‘자연을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계절따라 배우고 하늘과 바람과 물과 모든 생물과 더불어 신이 내려준 선물을 귀하게 여기며 살라’는 명령이다.
 
다른 한편으로 가정의 중요함을 깨우쳐 주는 교훈일 수도 있겠다. 제각기 바쁘다는 명분으로 부모로, 자식으로, 친척으로, 교사로, 직장인으로, 공직자로, 종교인으로 제몫을 다하고 바른 자세로 살아가라고 벌 주는 것이라면, ‘예전 같이 살지 않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하고 모두 반성문을 써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잘못할 수 있고 누구나 반성할 수 있다. 누구나 벌을 받을 수 있다. 누구나 사면을 받을 수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나 허탈감에 빠져 있어서인지, 어느 지인이 메일을 보내왔다. ’세계에서 제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의 비결‘이라면서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을 소개했다. 세계 200여 개국 중에서 해마다 상위권에 올라가는 나라들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이란다. 그 중 덴마크가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한다. 얀테의 법칙은 열 가지란다.

첫째, 당신이 무언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둘째, 당신이 우리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셋째, 당신이 우리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넷째, 당신이 우리보다 낫다고 자만하지 마라.
다섯째, 당신이 우리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여섯째, 당신이 우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일곱째, 당신이 무슨 일이건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여덟째, 우리를 비웃지 마라.
아홉째, 누군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지 마라.
열째, 우리를 가르치려 들지 마라. 

우리 모두 알게 모르게 ‘우월감과 열등감’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면서 살아왔다고 한다. 따라서 덴마크 국민이 행복한 이유는 남들보다 잘 나거나 부유해서가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귀하다‘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란다. 누구나 한 번 음미해 볼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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