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펴냄(2022.1)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다”라고 출판사가 소개한 저자 황보름의 책 읽기에 관한 수필집을 읽던 중, 호기심도 생기고, 잠시 쉬어가야겠다는 마음에 그녀의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펼쳤다. 

초반에는 소설로 쓴 독서 강의처럼 느껴졌다. 수필의 글투와 소설의 글투가 비슷해서였나? 책, 글쓰기와 서점이란 단어가 쉼 없이 반복되어서였는지도 몰랐다.

급한 성질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었다. 도저히 빨리 읽을 수 없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서두르지 않았다. 앞지르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고 숨을 고르고 말을 삼갔다. 무대 역시 서점을 거의 벗어나지 않기에, 목소리를 낮추고 느릿느릿 서점 안을 걷듯 소설을 읽어나갔다.

그러다가 다음의 질문과 응답을 만났다. 책과 글에 관심이 아주 많은 탓에 “글을 제대로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는 질문에 대한 작중인물, 아니 작가의 대답이 궁금했다. 

“솔직하게 쓰라고. 정성스럽게 쓰라고,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그렇게 쓴 글이 제대로 잘 쓴 글이야.”

작중인물들은 거짓을 거부했다. 글만이 아니라 일상이 그러했다. 솔직해질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입을 다물었다. 서로에게 조심스러웠고 정성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개인과 개인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지고, 강제하거나 강요받지 않으면서 자발적이고 살짝 헐거운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저자 역시 소설도 수필도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썼다는 게 실감 났다. 그러니 재미 유무를 떠나 독서 중에 마음의 깃을 여밀 수밖에.

작가는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민하고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믿고 기다려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써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스스로 나를 포함해 나와 관계된 많은 것을 폄하하게 되는 세상에서 나의 작은 노력과 노동과 꾸준함을 옹호해 주는 이야기를,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나의 어깨를 따뜻이 안아주는 이야기를” 썼다고 설명해 준다. 창작 과정도 알려 준다. 

위로되는 문구를 하나 더 찾았다.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불안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 알 수 없다.”

출판사는 이 소설이 전자책 구독 서비스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공개된 후 전자책 베스트셀러 Top 10에 올랐고,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요청으로 출간되었다고 전한다. 

자극적인 소재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 위주의 볼거리 가득한 시대에,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 소설은 ‘숨통 트이는 시간이 되어 주고,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고 소개한다.

소설의 주인공 영주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배제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황보름 작가의 소설은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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