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양들과 함께 사는 양재철

몽골어에 “으르긍 오담”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 단어 모두 '넓다, 광활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광활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몽골인들은 항상 붙여서 사용합니다.

단위 면적으로 보면 몽골보다 넓은 나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살다가 몽골에 가니, “으르긍 오담”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는 듯했습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어디나 비포장이었습니다. 먼저 달려간 자동차의 바퀴 자국을 따라서 가야 하는데, 차가 많이 안 다닌 지역에선 풀이 자라거나, 눈이 내리거나, 모래 바람이 불어서 바퀴 자국이 보이지 않아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가끔 만나는 분지의 경우, 겨울 내내 내린 산 위의 눈들이 녹아서 분지 전체가 늪지가 되어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물이 보이면 미리 조심하지만, 늪지는 물이 없고 진흙바닥이어서 구별이 잘 안 됩니다. 어떤 곳은 풀들이 있어서 빠진 후에야 늪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단 빠지면 지나가는 다른 차가 꺼내 주지 않는 한 나올 수 없습니다. 

몽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시베리아 지역에 알타이 공화국, 투바 공화국, 브리아트 공화국과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내몽골, 감숙성, 신장 위구르 지역에 몽골족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지금은 울란바타르로 연결되는 도청소재지들은 포장이 다 되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비포장도로였고 시속 30-40km의 속력으로밖에 달리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낡은 자동차들이어서, 비포장도로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몽골인들은 보조 바퀴는 물론 자동차 튜브 2-3개씩 준비를 하고 다녔습니다. 요즘은 튜브레스 타이어를 쓰는데 무슨 튜브냐고 하겠지만, 시골길에서 펑크가 나면 튜브레스 자동차 바퀴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타이어 안에 튜브를 넣고 자전거 바람 넣는 기구로 바람을 넣어 주는 곳들이 있어서 여유분 튜브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또 한 가지 필수품은 주유소가 표시된 지도였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미군용 스페어 깡통에 비상용 기름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마을과 마을의 거리가 100-200km씩 되는 곳이 많은데다가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주유소가 문을 닫으면 그 다음 마을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주유소가 표시된 지도는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가능하면 자동차 두 대가 같이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저는 비용 때문에 두 대가 다닐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한 대로 이곳저곳을 다녔습니다. 어찌 보면 무모한 행동을 겁 없이 했습니다. 

한 번은, 눈이 많이 온 날은 아니었는데 눈으로 덮인 조그만 구덩이에 자동차가 빠져서 눈을 치우기 위해 모두 차에서 내렸습니다. 엎어진 겸에 쉬어간다고 시동을 걸어 놓은 상태로 모두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는데, 그만 자동차 문이 자동으로 잠겨버리고 말았습니다. 보조키도 없고, 유리창을 깨고 들어갈 수밖에 없어 돌을 찾으니 그곳에는 돌도 없었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두 손으로 들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큰 돌을 하나 발견해서 그 돌로 옆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추운 겨울에 깨진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4-5시간 걸려 마을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시골에는 대부분 정비소가 없고, 정비소가 있다 해도 부품이 없습니다. 결국 폭이 넓은 마스킹 테이프를 사서 유리창 전체를 다 바르고 울란바타르까지 600km쯤 되는 거리를 달려온 적이 있습니다. 

또 한 번은 다른 선교사님 차로 시골을 가는데 비포장도로에서 얼마나 덜컹거리며 달렸는지 연료 탱크가 튀는 돌에 맞아 기름이 새고 있었지만 모르고 달렸습니다. 조금 빨리 도착하려고 서두르다 산을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는데, 왼쪽으로 돌아도 되겠지 하고 갔는데 다른 마을로 가는 길로 들어서 버린 것입니다. 한참을 가도 산을 돌아가는 길이 나오지 않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가다보니, 이제는 달려온 길이 아까워 되돌아 갈 수도 없어서 잠시 쉬려고 내려서 보니 자동차에서 기름이 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많이 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름은 새고 있고 마음은 급한데 마을이 나오기는커녕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름이 다 새버려서 자동차가 서기라도 하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이럴 때는 늘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어떤 간증거리를 만들어 주시려고 이렇게 인도를 하시나 하면서 간증 증거물로 사진 한 컷 찍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이번에는 이 일을 어떻게 풀어 가실까 기대하면서 대책 없이 하늘만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21개 도(아이막) 중에서 20개의 도청 소재지를 방문했습니다. 한 개 도는 도청소재지까지 가지는 못 했지만 일부를 지나가기는 했습니다.  도로가 포장되고 자동차가 많아진 작금에는 전국을 다녀본 몽골인들이 많아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시골이 고향인 분들이나 고향을 다녀올 뿐 다른 지역을 어떻게 다녀볼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21개 도를 다 다녀보았다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비포장도로를 하루 달리면(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장이(창자) 제 자리 잡는데 일주일이 걸린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정말 많은 지역을 다녔습니다. 여름의 그 많은 먼지, 겨울에는 눈길을 가다가 자동차가 서기라도 하면 하늘을 쳐다보며 지나가는 차가 도와주기를 기다리던 일들, 이제는 간증거리지만 힘들고 고생스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도 두려워 떨거나 염려한 적은 없습니다.  

신비한 체험을 한 적도 없습니다. 언제 거듭났느냐고 묻는 분들에게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나는 신비한 체험보다 말씀을 믿기로 했습니다. 이해가 되어서 믿는 것이 아니고 믿기에 아멘 하는 것입니다. 내 작은 머리로 이해된다고 하나님이 참 신이 되고, 성경이 진리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아멘 하면 믿어집니다. 

기적이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이 때로 기적을 보게 합니다. 죽은 거지 나사로가 살아나 고향에 가서 이야기 한다고 해도 부자의 형제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주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홍해를 마른 땅같이 건넌 이스라엘 백성들은 매일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고, 반석에서 나온 물을 마시면서도 하나님을 믿지 못해서 광야에서 죽었습니다. 죽었던 나사로가 무덤에서 걸어 나왔다고 해도(요 11장) 안 믿는 사람들은 오히려 나사로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에 처해도 나는 "하나님, 기적이 일어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수가 많으신 하나님이(시 139:17-18) 어떤 간증거리를 만들어 주시려고 이렇게 인도하십니까?"라며 말씀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기다립니다. 말씀에 대한 믿음은 몽골 방방곳곳을 아무 염려 없이 23년간 돌아다니게 해주었습니다.

"이르되 모세와 선지자들에게 듣지 아니하면 비록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는 자가 있을지라도 권함을 받지 아니하리라 하였다 하시니라"(눅 16:31).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시니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요 11:43).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은 바다 가운데를 육지로 행하였고 물이 좌우에 벽이 되었더라그 날에 여호와께서 이같이 이스라엘을 애굽 사람의 손에서 구원하시매 이스라엘이 바닷가에서 애굽 사람들이 죽어 있는 것을 보았더라 이스라엘이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들에게 행하신 그 큰 능력을 보았으므로 백성이 여호와를 경외하며 여호와와 그의 종 모세를 믿었더라"(출 14:29-31).

" 사람이 사는 땅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자손이 사십 년 동안 만나를 먹었으니 곧 가나안 땅 접경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만나를 먹었더라"(출 16:35).

" 내가 호렙 산에 있는 그 반석 위 거기서 네 앞에 서리니 너는 그 반석을 치라 그것에서 물이 나오리니 백성이 마시리라 모세가 이스라엘 장로들의 목전에서 그대로 행하니라"(출 17:6).

"여호와여 내게 응답하옵소서 내게 응답하옵소서 이 백성에게 주 여호와는 하나님이신 것과 주는 그들의 마음을 되돌이키심을 알게 하옵소서 하매 이에 여호와의 불이 내려서 번제물과 나무와 돌과 흙을 태우고 또 도랑의 물을 핥은지라  모든 백성이 보고 엎드려 말하되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하니"(왕상 18: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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