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지음 / 어떤책 펴냄(2021)

책과 가까워지는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된 동명의 책에서 에세이를 따로 모은 개정판이라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글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을 펼친 독자들이 책 읽는 재미에 살포시 빠져들면 좋겠다고 말한다. ‘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죽을 때까지 독자로 살고 싶다.’는 저자는 책 읽기에 도움 되는 글과 함께 글마다 새로운 책들을 소개한다. 53편의 글이니까 53권 훨씬 넘는 책들을 소개받은 셈이다. 그 재미가 쏠쏠하다.

(본문 일부)

읽고 쓰기는 한 몸 같다. 독서와 글쓰기는 비슷한 점이 많다. 하나, TV나 게임처럼 즉각적인 쾌락을 주지 않는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젖어 든다. ,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으나 막상 하는 사람은 적다. 쓰고 싶다면 글을 쓰라마찬가지로 읽고 싶은 생각에서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 ,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책과 메모장만 있으면 된다.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해 보자.‘(7. 가방에 책 넣고 다니기)

왜 나는 독서에 집중하지 못할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에 적응하다 보면 우리 뇌는 산만하고 피상적으로 사고하는 데 능숙해진다고 한다. 인터넷을 하면 할수록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 니콜라스 카는 우리 뇌에 집중력의 수로를 파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독서라고 했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8. 인터넷이 아니고 책이어야 하는 이유)

불편한 책을 읽으면 즐거울 리 없다. 그럼에도 도망가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세상의 많은 진실은 이렇듯 불쾌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쉽고 간편한 자기 확신은 자기계발서의 성공에나 필요할 뿐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우리에겐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간의 속 편한 편견과 식상한 해석을 깨부수는 일은 분명 힘에 부치치만, 나를 성장시키고 자기 기만에 빠지지 않도록 도우리라 믿는다. 이는 카프카의 말처럼 나 자신을 잠에서 깨우고내 내면에 도끼를 들이대는 일이기도 하다. 나른한 꿈속에서 막연한 행복만 좇는 한 우리는 진실도, 현실도 볼 수 없다.’(46. 도끼 같은 책 읽기)

상품을 쌓는 대신 세상을 이해할 지식을 쌓기 위해, 미디어가 제안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외로울 때 마트가 아닌 친구네 집으로 향하기 위해, 안정감에 목마를 때 근사한 집을 꿈꾸는 대신 지금 이곳에서 단순한 생활을 꾸리기 위해, 내 불안의 근거를 추적하기 위해, 내 선택에서 내가 소외되지 않기 위해, 내 안의 욕망을 이해하고 욕망 해소 방법을 직접 찾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51. 나를 지키기 위한 책 읽기)

저자 황보름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매일 읽겠습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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