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목사(샴버그침례교회)

알렉산더 대왕은 정복한 곳들의 모든 실리와 왕실 재산을 신하 군장들에게 아낌없이 배분하고 자기 것을 챙기지 않았는데, 어느 날 한 신하가 “그렇게 다 나누어 주면 폐하는 가질 것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묻자,“나는 희망을 갖겠노라”라고 대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물론 알렉산더가 말한 ‘희망’은 세계 재패의 신념에 기초한 꿈이자 이상이다.

성경에서의 소망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에게 주신 사랑의 약속이며, 믿음을 요구한다. 또 소망은 진실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표지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재림 예수를 기다리는 종말적 소망뿐 아니라, 가시와 엉겅퀴가 찌르고 옭아매어도 오늘을 기쁘고 감사하게 살아내는 현재적 소망을 갖고 있다. 현재적 평안과 기쁨은 소망의 결과이다. 현재적 평안과 기쁨이 없다면 우리의 소망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로마서 5:3-4은 소망을 이루는 중간 고리들을 보여 준다. 소망이 환난(현재적 고통의 삶)과 인내와 연단의 단계들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날마다 죄성과 연약함에 부딪히며 아파하는데 어떻게 소망을 가질 수 있을까? 예수님 안에서의 소망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소망은 단지 우리의 바람이나 기대가 아닐까? 정말 소망이 삶을 변화시킬까? 성경과 기독교 역사는 그렇다고 말한다.

인내(忍耐)라는 한자에서 참을 인(忍)은 심장(心)을 칼(刀)로 도려내는 듯한 아픔도 ‘참는다’는 의미이며, 로마서 5:3에서 인내로 사용된 헬라어는 remain under(~아래서 살기)라는 뜻이다. 즉 환난을 만나도 피하지 않고 살아내는 것이 인내이다. 우리의 본성은 아프고 고생스런 상황을 만나면 피하거나 바꾸고 싶어한다. 그런데 성경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핍박과 아픔의 상황을 인내하라고 격려한다. 일부러 환난을 즐기라거나, 잘 참아내어 자신의 단단함을 보여 주라는 세속적인 의미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적 신념을 갖고 인내한다.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주권,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아실 뿐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 궁극적으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 우리의 아픔을 체휼하시는 그리스도에 대한 신념을 갖고 인내한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시 121:1). 

그리스도인의 인내는 선하신 하나님과 성서의 약속에 대한 신념에 기초해 그 상황 속에 머무는 고도의 믿음의 행위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딤전 4:4).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시 16:6). 

그리스도인은 인내하면서 하나님의 주권을 묵상하고, 기도와 말씀을 통해 하나님 안에 머무는 의도적인 훈련을 한다. 연단을 통해 죄의 불순물이 걸러지고, 연약한 믿음이 단단해지며, 가난한 심령과 애통하는 마음을 갖고 하나님께 더 깊이 의존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님을 더 대담하게 의지하는데, 마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양이 두려움 때문에 목자를 의지하지만, 목자 옆에 가까이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평안을 누리는 것처럼 말이다.

연단의 시간에 필수적인 것은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통해 하나님의 실제적 임재를 경험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약속을 간절히 기억하는 자리, 다시 오시겠다는 소망의 약속을 더 굳게, 더 진실하게 붙드는 자리가 연단의 자리이며, 그곳에서 산 소망으로 인도된다. 고통스런 현실의 굴레에서 자유함을 느끼고, 인내의 삶이 오히려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가 되며, 고통스런 훈련의 시간이 더 깊이 있는 믿음으로 단련되는 배움의 시간이 된다. 그리하여 성경의 약속과 은혜가 풍성하게 우리 앞에 차려지는 것을 삶에서 경험하게 된다. 

기독교적 소망은 철저히 성경적인 믿음을 전제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인데(히 11:1), 믿음은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선하심을 믿는 것이며, 성경에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말씀을 믿는 것이다. 우리는 믿기에 소망하고, 소망하기에 인내의 연단을 달게 받는다.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 소망, 그 속에서 우리는 풍성한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한다.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롬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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