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치른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미국인들이 논쟁을 벌이다가 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이재명과 윤석열이라는 두 후보에 대해서 아는 것들이 많았고, 한국의 정치 현실과 미래에 대해서 평론가 수준의 관심과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신념도 확고했다. 

신념은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말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경청하거나 공감하는 걸 패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념이 강한 사람들끼리 만나면 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었고 같은 소그룹의 멤버였다. 한국의대선 결과를 놓고 그들이 흥분까지 하면서 논쟁을 벌인 이유는 그들이 코리안 아메리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았던 햇수가 더 많고 지금도 포털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 한국 뉴스를 매일 시청하는, 법적으로만 미국 시민들이다. 

세상 뉴스에 대하여 국적에 상관없이 관심과 소신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되었고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어도 한국을 잊을 수 없을 테니 마음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과 관련된 단어나 사람만 나와도 주의깊게 보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하지만 한국 정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애족의 마음인지 오지랖인지는 잘 모르겠다. 주장을 형성하는 정보들이 사실적이고 객관적인지도 의문스럽다. 분석가로서 지니고 있어야 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도 찾기 어렵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여담으로 나누는 대화에 전문가적인 수준을 요구할 필요까지는 없을지 모른다. 그들의 주장이나 싸움이 국가의 운명이나 정책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나누는 이유는 신념을 주장하는 동안 소진되는 개인의 에너지와 시간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끼치는 작은 부작용들이 마음에 걸려서이다. 

소속감은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지지할 만한 가치와 지도자를 발견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고, 그 무리에 속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이자 행복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본능적 행위다. 때문에 그 가치가 공격당하고 무시당할 때 불편하고 분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내버려두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기에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첫째, 다른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트럼프가, 바이든이, 윤석열이, 이재명이, 또는 지지하고 있는 정당의 이념과 철학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꾸준히 물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부부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소그룹 식구끼리 등을 돌리게 만들 정도로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가? 앞서 말한 두 분은 그후로도 소그룹 모임에 계속 참가하고 있으며 정치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암묵적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자신과 같은 입장의 목소리를 계속 찾아다닌다면 더더욱 그렇다. 

둘째, 가치를 우선시하는지 혹은 ‘가치에 헌신한 자신’을 우선시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대개 열성분자들은 가치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착각이며 결과적으로 헛된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만큼 완전하지 않다. 가치에 대한 해석은 더더욱 불완전하고 제한적이다. 자신이 접하는 정보는 정확하지도 않고 객관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그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상대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는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즉 내가 틀릴 수 있고, 그들의 말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도움을 주는 것은 객관적인 분석 자료이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에게 표를 찍지 않은 사람이 46.9%라는 사실, 202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이 전체 유권자의 22.9%이고 현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47.83%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 사실을 알 뿐 아니라 인정하는 사고를 연습해야 한다.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자신’을 믿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길 바란다. 그 믿음에 빠진 나머지, 자신을 하나님과 동일시하는 착각 속에 살면서 누군가와 대화하고 타종교인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꼭 짚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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