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2:10-15

민족시인 이상화는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암울한 시대를 살면서 얼어붙은 민족 역사의 혹독한 겨울을 시로 읊었습니다. 그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시제 아래, 고향 들판의 정겨움과 그리움을 숨이 막히도록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린 후 마지막 줄을 이렇게 맺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것네.”
 
그러나 성경 아가서의 시인은 이미 겨울은 갔다며, 꽃 피고 새 우는 사랑과 평화의 봄 동산으로 오라고 우리를 부릅니다. 성경은 차갑게 얼어붙은 우리의 겨울 방문을 두드리는 봄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오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랑과 생명과 평화의 향연에 초대하는 봄의 메시지입니다.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봄은 우리를 사랑의 동산으로 불러 줍니다. 

아가서가 그리는 사랑은 강렬하고 순결하고 고귀합니다. 남녀 간의 사랑으로 묘사되어 있으나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으로 통하기도 합니다. 사랑처럼 귀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노래합니다.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 사람이 그의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지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아 8:6,7). 

사랑이 있는 개인, 가정, 교회, 사회라야 살아 있는 개인이요, 가정이요, 교회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는 곳에는 반드시 생명이 싹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사랑과 생명의 봄소식이기보다는 증오와 파괴의 겨울 이야기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찾아가 그 어머니까지 무참히 난자하는 살인극을 벌였다는 끔찍한 사연 같은 것입니다. 

“사랑은 눈물로 채워질 때 가장 아름답다.”고 월터 스콧은 노래했습니다. 참 사랑은 비극까지 감수할 수 있는 순교적 사랑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십자가의 비극을 통하여 보여 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이야말로 사랑의 정수요, 아니 그분이 사랑 자체였다고 믿는 것입니다.
 
질투와 미움의 사연이 아니면 그릇된 사랑의 이야기로 가득찬 이 땅 위에 성경은 참 사랑의 봄소식을 뿌려 줍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8).
 
그리고 예수님이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사랑의 주님이 우리를 사랑의 전령으로 부르신 것입니다. 

봄은 우리를 평화의 동산으로 불러 줍니다.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아 2:12-15). 

봄의 목소리는 꽃과 열매로 단장하고 비둘기의 보금자리가 있는 평화의 동산으로 오라고 우리들을 부릅니다. 동산의 평화를 깨뜨리는 여우 같은 존재들을 모두 몰아내 버리라고 촉구합니다. 

우크라이나와 미얀마와 아프카니스탄 등 지구촌 곳곳에서 난폭한 여우들이 포도원의 평화를 무참히 깨뜨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전쟁이 없고 의식주가 여의한 이 미국 땅은 과연 평화의 동산입니까?
 
아직도 불안과 좌절과 절망의 여우들이 우리의 포도원을 헐어대고, 탐욕과 폭력과 전쟁의 여우들에게 우리의 포도원이 약탈당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방금도 슬퍼하고 있습니다.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하여 낙원을 꿈꾸며 정착한 남한 땅에서조차 작은 육신 하나 가누지 못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느 새터민 모자의 비극에서 우리는 평화가 깨진 포도원의 참상을 봅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 봄이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봄의 목소리에 실려서 스며드는 부활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초청에 응하시길 바랍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죽음같이 강한 사랑이 꽃을 피우고 한 마리 여우도 없는 평화의 동산은 반드시 우리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내가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아가서 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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