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지음 / 꽃자리 펴냄(2021년 12월)

저자에게는 온 세상이 학교이며, 그가 배우고자 하는 것, 나누고자 하는 것은 사랑과 비움, 평화라면서, ‘저자의 손을 잡고 함께 걷다 보면 그것이 바로 영혼을 위한 순례가 되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여 이 책은 일상의 세계 속에 담겨 있는 하늘을 보여 준다.’라고 출판사는 이 책을 소개한다.

저자의 서문은 ‘만년필에 잉크를 넣을 때면 기분이 좋습니다. 손에 잉크가 묻으면 비누로 닦으면 되고요. 오래된 버릇입니다. 얼마든지 자판을 두드려 글을 쓸 수 있지만, 마음이 담긴 글일수록 천천히 쓰고 싶습니다.’라고 시작한다. 이 책을 천천히 읽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부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하루 한 생각』이라는 책 제목대로 하루에 저자의 한 생각만 읽고, 그 생각에 독자의 생각을 덧대야 할 것 같다.
 
‘손톱만큼 철이 들었기 때문일까요. 우리는 아는 만큼이 아니라 모르는 만큼 말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모르는 만큼 씁니다. 말이나 글로 담아내지 못한 더 깊은 세계는 늘 침묵 속으로 침잠합니다.

제대로 익지 못한 글을 묶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저를 찾아와 잠시 머물던 생각들이 누군가 지친 이에게 바람 한 줄기로 닿는다면, 마음 시린 이에게 한 줌의 볕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민망함이 덜할 것 같습니다.’(서문 일부)

이 책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365편의 ‘눈부시지 않아도 좋은’ 산문과 기도와 시가 담겨 있다. 

저자 한희철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강원도의 작은 마을 단강에서 15년간 목회했다. 1988년 <크리스챤 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단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보에 실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후 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에서 6년여 이민 목회를 하고, 부천 성지감리교회에서 목회했으며, 현재는 정릉감리교회를 섬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열하루 동안 DMZ 380km를 그 무더웠던 여름, 폭풍을 헤치고, 뙤약볕을 받으며 걸었던 기록을 남긴 『한 마리 벌레처럼 DMZ를 홀로 걷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우리네 삶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 있는 속담과 우리말을 담아낸 『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 시대의 모순과 어둠을 온몸으로 앓았던 예레미야의 심정에 깊이 닻을 내린 『예레미야와 함께 울다』와 『작은 교회 이야기』, 『고운 눈 내려 고운 땅 되다』, 동화책 『네가 치는 거미줄은』이 있다. 


<본문 일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은 다른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할 때가 있다.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하면 오히려 사랑은 아픔과 상처가 된다. 사랑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상처와 아픔도 커진다.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다르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몸에 상처가 나면 약을 바른다. 상처가 크거나 깊으면 꿰매거나 수술을 받는다. 뼈가 부러지거나 탈골이 되었을 때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마음은 방치를 한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슨 약이 있을까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그냥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방치한 상처는 덧이 난다. 거칠게 커진다.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방치된 마음의 상처는 창이 된다. 상처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사람과 사물을 늘 비뚤어지게 보는 것은 상처라는 창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은 상처에 익숙하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게 상처를 덧입히고,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 때로는 상처를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곤 한다. 상처를 더 크게 입힐수록 자신을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상처투성이의 상황을 오히려 편안하게 여긴다. 상처 없는 상태를 불안하게 여기듯이.

형편없이 갈라진 몸이 아니라, 방치하고 있는 마음속 상처를 먼저 치유할 일이다.(상처)


'세상에 고마운 말
괜찮아'(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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