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목사(샴버그 침례교회)


한 세대 전만 해도 교회의 직분자들은 주말을 거의 교회 중심으로 지냈고, 휴일에는 늘 교회 행사나 수련회 등을 계획했고, 주중에도 새벽 예배나 저녁 예배, 부서 및 구역 모임 등으로 무척 분주했다.

이런 열심을 가진 사역자들과 직분자들의 헌신은 한국이나 미국 이민 교회들이 크게 성장하는 동력이었고, 당시 지칠 줄 모르고 헌신했던 많은 교인들도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을 간증한다. 

그에 반해 많은 직분자들이 수고한 것에 준하는 열매가 없어서, 혹은 십자가의 복음이 동기가 되지 않은 채 자기 열심으로 교회의 직분을 감당하다가 번아웃(burnout)되는 경우도 무척 흔했다.

요즘은 교회의 여러 사역들로 지쳐 있는 목회자들은 종종 보지만, 교회의 사역 때문에 지쳐 있는 교인들을 거의 접하지 못한다. 대신에 자녀나 건강 등 개인적인 문제들로 인해 지쳐 있거나, 함께 나눌 신앙 공동체를 찾지 못해 힘들다고 호소하는 교인들을 접할 뿐이다. 주님과 교회를 사랑하여 힘을 다해 봉사하는 분들을 오히려 염려하고, 적당히 하는 자신의 신앙 생활을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무척 많다. 

그런데 예수님과의 동행은 마음을 다해야 하는 의도를 가져야 가능한 삶이다. 마음을 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동기가 있어야 하고, 이 동기는 우리가 동의한 가치와 신념에 헌신할 때 나온다.

예수님은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에게 풍성한 생명을 약속하셨다. 그리스도인은 이 풍성한 생명을 미래만 아니라 현재에도 누리는 사람들이며, 복음 안에 있는 부요함을 발견했기에 “나의 보화를 캐내어 가져갈 자 그 누구랴 안심일세”라고 찬양하는 사람들이다. 
팀 켈러 목사는 그의 책 「센터처치」에서 복음의 핵심 내용을 성육신과 속죄, 그리고 부활로 소개하면서 복음에는 ‘위에서 아래로 임하는’(upside-down) 속성, ‘안에서 바깥으로 임하는’(inside-out) 속성, ‘미래를 앞서 경험하는(forward-back) 속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교회의 힘든 사역에 동참하여 골치 아파하며 살지 않으려는 마음은 성육신의 복음과 배치되며, 주일 교회에 출석하고 십일조하는 선별적인 순종을 통해 형식적인 신앙 생활하려는 것은 속죄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이며, 예수님을 믿으니 천국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현재 하나님 나라의 그림자인 교회를 세우지 않음은 부활의 복음을 가진 것이 아니라고 켈러 목사는 설명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는 부요함이 있다. 우리를 살리고, 자유케 하고, 만족케 하며,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고, 그것을 값없이, 구별없이 예수님을 믿는 자들에게 주셨다. 그런데 이 세대에 복음의 부요함과 영광과 능력은 예수님과 함께 죽을 때 온전히 경험하게 된다는 진리가 가려졌다.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깊이 동참하는 것은 신앙 생활의 신비이기도 하며, 육신을 입은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며, 깊은 믿음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참된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죽으심에 머무른다. 그리스도인이 예수님의 대속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며 침례를 받음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합해진 것이며(baptized into His death, 롬 6:3),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힘(갈 2:20)이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은 그 부요함을 경험한 만큼 진실하게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포장 없이, 복음 자체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으려면 복음의 부요함을 경험하는 것은 필수이다. 

바울은 복음의 부요함을 경험했기에 그것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운다”(골 1:24)라고 고백했다. 복음의 부요함과 그리스도의 죽음에의 동참이 같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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