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날씨가 예전하고 다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4월 11일, 내가 사는 포틀랜드에 눈이 왔다. 5월이 되었는데 어떤 날은 밤 기온이 40도까지 내려간다. 봄철 채소 종자를 뿌렸거나 모종을 사서 텃밭에 심었던 사람들이 추운 날씨로 인해 싹이 나지 않았다거나 막 올라온 싹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우리집 화단의 튤립도 몸고생을 심하게 했다. 몇일 화창한 날씨를 믿고 활짝 피었다가 갑자기 내려간 기온 탓에 풀이 죽어 흐느적거리더니 끝내 목을 떨구고 말았다.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외부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린하우스 같은 환경을 만들거나 일기예보에 맞춰 부지런을 떨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일주일 치 날씨를 예보하고 바로 다음 날이나 몇시간 후의 예보는 적중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종잡을 수 없는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국제 정세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주변국들의 대응 역시 예측하기 힘들다. 현재의 상황은 전쟁 초기 러시아가 예상했던 스케줄과 한참 어긋나 있고, 서방세계가 의도했던 결과도 도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3개월 후의 상황도 지금의 계획이나 예상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간접적인 영향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이 전쟁의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문제도 순식간에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무섭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수많은 데이터를 기초로 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는 것이 차선책일 것이다. 의외성은 상당 부분 줄어들고, 분석에 따른 뉴스에 신속하게 대응하면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피할 수 없더라도 예상하고 인지하면 불안감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불안감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가치관이나 사고의 변화는 어떠한가. 서방 사회라 일컫는 나라들과 기독교를 경험한 사회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강조되고 있다. 그 가운데 성 정체성 및 취향 문제, 표현의 자유, 낙태 문제, 안락사 문제 등이 대표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기독교 윤리의 담론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교적 기독교인’이라 할 수 있는 1세대 한인 기독교인들은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하는 자조적인 탄식을 하다가 그마저 쓰레기통으로 던지고 만다. 자신의 능력으로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이 인식하고 더 이상 골치 아프거나 피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녀나 배우자 등 가까운 사람에게서 그런 문제가 발생할 때이다. 애지중지 기른 딸이 남친과 동거를 한다거나, 아들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거나, 이제라도 자신의 인생을 살 거라는 아내의 이혼 통보를 받는다면, 한동안 멍때리는 상태가 된다. 분별력, 판단력이 제로가 된다.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묘안은 없다. 다만 원리에 대한 상식을 말하고 싶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생명과 생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주셨다. 그 안에는 적응력과 회복 능력이 있다. 급격한 변화로 인해 한동안 혼란과 고통을 경험해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된다. 적응 후의 모습은 과거의 전형적인 모습과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더 중요한 것을 지켜내기 위한 양보와 타협이라 생각하면 된다. 

적응의 시기가 지나면 회복의 능력이 작동한다. 회복력이란 잠시 빼앗겼던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것이다. 마음의 단계에서 시작해 상황의 단계까지 확장될 것이다. 이 과정은 길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인간 안에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 정확히는 그런 능력을 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 조급하게 생각하지도 말길 바란다. 두려워 말고 놀라지 말라는 말씀에 마음을 두고 인간에게 주신 적응력과 회복력을 기대하길 바란다. 우리 모두 기상이변도, 전쟁도, 가까운 사람들이 주는 충격도 소망 중에 잘 겪어 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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