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솔나무 지음 / 규장 펴냄(2013)

나는 연주할 때 대부분 3~5가지 악기를 사용한다. 첫 번째 연주할 때는 은으로 만든 알토 플루트를 쓴다. 그 다음은 세계에서 두 대밖에 없는 18K 백금에 플래티늄 헤드로 제작된 플루트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흔한 나무 재질, 플라스틱에 본드로 불여 놓은 휘슬로 연주한다. 연주를 마치고 각 악기에 대해 설명한다.'

'돈으로만 따진다면 첫 번째 악기는 2천만 원 정도이고, 두 번째 악기는 억대를 호가한다. 마지막 악기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살 수 있는 1만5천 원짜리 휘슬이다. 가격으로 보면 매우 저렴하지만 이 악기 하나 때문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협연을 하러 비행기를 타고 온다. 중요한 것은 금과 은 같은 악기가 아니라 "누구 손에 붙들린 악기인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주님, 나를 금으로 만들어 주세요, 은같이 만들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남들 눈에 멋있게 보이는 인생을 원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악기는 누군가 연주하기 전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연주자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듯 주님께서 우리 인생을 연주하시면 상상을 초월하는 소리가 난다. 하나님이 연주하시면 우리의 인생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늘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 나를 연주해 주세요. 내 삶의 연주자가 되어 주세요."'

2013년에 출간된 책 하나님의 연주자의 말미에 나오는 이야기다. 20226, 로고스선교회 본사에서 가진 작은 연주회에서 저자는 세 곡을 연주한 뒤 위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전문가에게 악기의 가격이나 품질이 문제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만 했는데, 책을 읽으니 '주님께서 우리 인생을 연주하시면 상상을 초월하는 소리가 난다,  인생이 달라진다’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순도 100% 믿음이 아니면 하기 힘든 말 아닌가?

저자의 인생 이야기이며 동시에 믿음의 성장 이야기인 이 책에 의하면,

어린 시절에 부모 사랑 속에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저자는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1988년 갑자기 어머니를 따라서 미국으로 가게 된다. 집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학교에서는 왕따와 야유, 구타를 당하지만, 기도 중에 성령님의 음성을 처음 듣던 날 공립학교 밴드부의 플루트 주자가 되고, 13세에는 줄리어드 예비스쿨 장학생이 된다. 재학 중 링컨 센터와 카네기홀에서 독주와 오케스트라 협연 경력을 쌓으며 스위스 로잔 국립음악원에 입학한다.

쾰른에서 하나님과 재회하지만, 악기를 몽땅 도둑맞은 뒤 다시 방황하던 저자는 어머니의 권유로 예수전도단의 제자 훈련에 참가한다. 3개월 훈련 과정과 전쟁 중인 보스니아에서의 아웃 리치를 거쳐 열방대학에 입학한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던 중 하나님의 기름 부음으로 작곡을 시작하나 또다시 방황의 거센 회오리에 휩쓸리다가 예배 중에 눈물을 쏟으며 하나님께 돌아온다.

교회 집회에서 연주도 하고, 찬송가 앨범도 내고, CCM 팀과 함께해도 아직 세상의 때를 벗지 못했다고 생각한 저자는 기도원에 들어가 6개월을 견디며 순종을 배운다. 기도원을 나와 전라도 작은 섬 교회들을 돌아다니며 연주와 전도를 하는 동안에 온 마음으로 연주해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다. 또 주님이 기도원에서 정해 주신, 가난한 시골교회 목사의 딸과 2006년에 결혼하고,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큰 순종이 결혼이라 고백한다. '하나님이 정해 준 짝하고 결혼한 사람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외의 사람은 내 짝이 절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본문 일부).'

2006년부터 코스타 강사로 활동하고, 전국 교회를 순회하며 연주하고 복음을 전한다. 100명 미만인 교회에서는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부름을 받으면 건강이 어떠하건 현실적인 제약이 어떠하건 하나님께 순종해 해외에서도 연주하며 복음을 전한다. 일본에서는 10년 가까이 자비량으로 200회 이상 연주하고 복음을 전한다일본에서 쓰나미 재난이 발생한 때에도 곧바로 일본으로 달려가 구호품을 전하고, 연주로 이재민들을 위로한다.

저자는 매니저를 구하지 않고, 주님과 계약한다. 그렇게 주님이 가시길 원하는 곳에서 연주하고 복음을 전한다. '하나님께서는 늘 내가 직접 하길 원하신다. 스케줄도 내가 하나님과 상의해서 하길 원하시고 곡도 하나님과 관련된 곡을 쓰길 원하신다. 나는 그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나도 나를 못 믿는데 주님이 나를 신뢰하신다는 사실이 미스테리다. 나는 그것이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다(본문 일부).'

'그들은 병도 기도해서 낫고, 잠도 잘 자고, 자식과 집안에 문제가 없어서 좋을 것이다. 어찌 보면 나란 사람은 문제투성이다. 그런데 진짜 기적은 나 같은 사람을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주시기까지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기적은 바로 죄인들을 불러서 자녀 삼기 위해 오신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본문 일부).'

'한 곡도 연주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은 날에 최고의 연주를 했다. 그날 내가 배운 것은 나를 포기한 만큼 주님이 역사하신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늘 저를 성령님 앞에 온전히 포기하겠습니다(본문 일부)."'

이 책이 출간된 2013년에는 80개국에서 연주 요청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이 책을 소개하는 20226월 현재, 저자는 그동안 100개국에서 연주했다고 한다. 지금 그는 플루트를 내려놓고 전쟁이 일어난 우크라이나에서 난민 구호와 구호품 전달을 위해 자동차 핸들을 붙들고 있다.

나는 플루트를 연주하기에는 여러모로 불리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 폐의 64%밖에 쓰지 못하고, 천식도 심하고, 천식 치료 때문에 생긴 공황장애를 앓고, 오른쪽 다리를 사고로 수술해서 철심을 박고, 왼손 새끼손가락은 남과 비교했을 때 한 마디 더 짧다. 이런 연약함을 통해 나는 예수님이 왜 똑똑한 사람들이 아닌 병든 자와 못 배운 자, 죄인들을 찾아가시고 그들을 부르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하나님께서는 강한 다리와 손이 아니라 순종하는 다리와 손을 원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본문 일부).’

연주는 '찬양'이고 공연은 '예배'이며, 연주를 통해 감동을 주는 게 아니라 은혜를 끼치는 자가 하나님의 연주자라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고백하고 선포한다. 하나님의 연주자는 자기가 주인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자라는 것이다.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복음과 하나님의 사랑을 음 하나하나, 호흡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에 실어 전하는 자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세상의 연주를 잘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면서, 하나님 한 분만을 위해 연주하는 하나님의 연주자들이 더 많이 생기길 간절히 바란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기도한다.

주여, 지금은 안 보이나 믿음으로 기도합니. 내 삶에 의로운 해가 떠서 치유의 광선을 받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제가 외양간에서 나온 자유로운 송아지처럼 저를 붙잡고 있는 마음의 족쇄로부터 자유함을 얻어 만인에게 살아 계신 하나님을 증거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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