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신앙 (6)

오승원 목사(콩코디아 신학교 선교학 박사 과정)


2022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모든 삶의 방식들에 있어서 급속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소위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선교의 패러다임 역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나 역시 10여 년을 지역 교회들과 연합하여 섬겨오던 대학교 캠퍼스 사역을 일시적으로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여 매주 찾아오는 대학생들과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던 시간이 코로나19로 인하여 멈춰버렸다. 

더욱 슬픈 것은 다른 나라에서 수십 년 동안 섬겨 오던 사람들을 뒤로하고, 모든 삶의 터전을 버려두고 선교지를 떠나야 하는 선후배 선교사님들의 아픔을 전해 듣는 것이다. 내가 현재 머물고 있는 지역의 어떤 교회들은 오랜 기간 섬겨 오던 난민들을 위한 선교 사역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면서 한때는 하나님의 선교가 모두 멈춰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와 걱정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하나님의 선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져 있는 순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는 한 작은 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코로나19 기간 중에 이슬람 지역의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통하여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고 하신다. 지금도 매주 정해진 시간에 비밀리에 믿음의 교제를 이루어 가고 계신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었을 때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예수님의 복음을 더욱 알고자 목숨을 걸고 함께 예배한다는 소식을 들을 땐 나의 심장도 함께 뜨거워진다.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의 사랑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과 하나님은 이 시간에도 하나님의 사랑을 가진 사람들의 삶 가운데서 일하고 계심에 기쁨과 감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교회들이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어느 날 문득 케이프타운 언약(The Capetown Covenant)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선언문은 2010년 10월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된 세계 복음화를 위한 제3차 로잔대회에서 선포되었다. 우리 시대를 향한 선교적 신앙고백과 실천 지침들을 잘 담고 있다. 케이프타운 선언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사랑’일 것이다. 198개국에서 모인 4천여 명의 복음주의자들은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열렬한 사랑에 근거하여 케이프타운 언약을 통해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헌신과 순종을 새롭게 다짐했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바로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하나님의 교회가 행하는 모든 선교적 헌신과 노력 역시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을 향한 열정적인 사랑과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잃어버린 자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에 근거를 둔다(요 3:16-17; 요일 4:19).

국가 간의 전쟁,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인 홍수, 가뭄, 기근, 유례없는 전염병 등으로 인한 국가 간의 이동 제한 등의 소식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교회들과 복음의 전진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들의 선교적 헌신과 열정의 원동력은 하나님의 사랑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모세 오경으로 대표되는 구약의 율법인 옛 언약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진리와 은혜의 새 언약이 만나는 지점 또한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우리의 이웃을 향한 사랑’에 관한 말씀이다(마 22:37-40). 예수님은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은 모든 율법의 완성임을 강조하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선교적 삶을 살도록 부름을 받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한 열정적인 사랑과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으로 늘 깨어 있기를 기도하자.

마지막으로, 복음의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잃어버린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하나님의 일꾼들에게 하나님의 깊은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 없이 기도하며 하나님 나라를 섬기시는 분들이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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