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양들과 함께 사는 양재철

1997년, 경제 위기로 인해 달러 모으기,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면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맸다. 당시 한국 교회 역시 성도들이 줄고 헌금이 줄었다. 1998년 교회마다 긴축 예산을 편성하고 지출을 줄였는데 가장 먼저 줄인 부분이 선교비였다. 

문득 하나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하나님께서 내게 “네가 나가라”(해외 선교) 하시는 것 같았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상식적인 조언을 했다. “이미 나간 분들도 철수하는 판에 어느 교회가 후원하겠는가?” “당신은 나이도 많아서(당시 만 52세) 사역을 정리해야 할 때인데 누가 선교사 후원을 해주겠는가?”세상의 상식으로는 맞는 충고였다. 

세상 상식을 따를 것인가?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을 따를 것인가? 1998년 7월부터 기도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 해 말 모든 준비가 되었고, 1999년 3월, 50일간의 선교사 훈련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6월1일 몽골을 향해 출국했다. 몽골에 가보니 한국의 상식과 몽골의 상식이 많이 달랐다. 일반 상식이나 세상의 지식도 시공의 제한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공의 제한을 받는 피조물인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영원하거나 진리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한국인들은 물건을 가리키거나, 이야기할 때 검지를 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몽골인들은 도축할 가축을 검지로 가리키기 때문에, 이야기할 때에는 손바닥을 편다. 절대로 검지를 펴선 안 된다.

한국인들은 사람의 이름을 붉은 색으로 쓰지 않는다. 죽은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몽골인들은 색깔을 상관하지 않지만, 이름 둘레에 네모를 그리지 않는다. 관이나 감옥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몽골에 살려면 몽골의 상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상식을 가지고 살던 사람이 교회에 오면 세상의 상식을 내려놓고 교회의 상식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를 믿는다면 창조하신 분의 상식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세상의 상식으로 성경을 재단하고 예수 믿는 사람들을 판단한다. 마치 내가 한국의 상식을 가지고 몽골인들을 판단한 것과 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 

교회에 들어와서 세상의 상식을 우기면 사탄이 좋아할 것이다. 세상의 상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맹인이 눈을 뜨고, 죽은 자가 살아나며, 홍해가 갈라지고, 처녀가 애를 낳느냐고 공격한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라며 우격다짐을 한다. 

한국에서 몽골에만 가도 통하지 않는 상식으로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을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일까?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세상을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일까?

전자 제품 하나만 사더라도 사용설명서를 자세하게 살피고, 교회에 들어와서는 세상 상식으로 왈가왈부하면서, 창조주의 상식인 성경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예수 믿는 사람들이 공황장애에 걸리는 이유가 바로 이 답답함 때문은 아닐까?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감추어진 일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속하였거니와 나타난 일은 영원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하였나니 이는 우리에게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행하게 하심이니라"(신 29:29 ).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 1:23).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