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신앙 8

남미 에콰도르 아마존에서 순교한 다섯 명의 젊은 선교사들
남미 에콰도르 아마존에서 순교한 다섯 명의 젊은 선교사들

오승원 목사(콩코디아 신학교 선교학 박사 과정)


선교학자인 요하네스 버쿨(Johannes Verkuyl)은 예수님의 선교 명령을 수행하는 동기들을 다루면서 예수님의 삶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버쿨 교수는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위임된 선교적 임무를 온전히 성취하시기까지 긍휼(compassion), 화해(reconciliation), 그리고 인내심(endurance)을 잃지 않으셨음을 강조한다(Contemporary Missiology: An Introduction, 106).

사실 예수님은 이 땅에 거하시는 동안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적대감, 비난, 조롱과 멸시를 받으셨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부르시고 세우신 열두 사도 중 한 명인 가룟 유다로부터 배반당하셨다. 사람들로부터 온갖 고난과 수모를 겪으시면서도 예수님은 끝까지 모든 사람을 사랑하셨다. 그 사랑의 결정체가 예수님의 십자가이다.

헬라어 신약성경에서는 우리를 향해 가지신 예수님의 마음을 스플랑크니조마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 단어는 인간의 장기인 창자, 비장, 때로는 심장이나 폐부를 의미하는 스플랑크논에서 파생되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1장 8절에서 빌립보 성도들을 향한 사랑과 헌신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스플랑크논)으로 너희 무리를 어떻게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 스플랑크니조마이는 인간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진실된 사랑과 뜨거운 긍휼의 마음을 표현할 때 쓰였다(마 8:2; 9:36; 14:14; 눅 7:13; 15:20). 

예수님은 눈먼 자들, 듣지 못하는 자들, 중풍 병자들, 외아들을 장사 지냈던 나인 성의 과부를 보시면서 긍휼의 마음을 품으셨다. 누가복음 15:20에서 예수님은 돌아온 탕자를 맞이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표현하시면서 스플랑크니조마이를 사용하셨다. New Living Translation(NLT) 성경에서는 이 부분을 원어적 의미에 가깝도록 “아버지가 저(아들)을 보고, 그 마음이 깊은 사랑과 긍휼로 가득차서(filled with love and compassion),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었다”라고 번역했다. 예수님은 이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잃어버린 영혼과 죄악의 상태에 처한 우리들을 어떠한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시는지를 알려 주고 있다.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식어 가고, 반기독교적인 국가와 사회적인 반감이 깊어져 가는 오늘날의 상황들을 바라보며, 문득 다섯 명의 젊은 선교사들(Jim Elliot, Pete Fleming, Ed McCully, Nate Saint, and Roger Youderian)의 죽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선교사로서 이들의 짧은 삶은 선교사적 삶과 사역의 동기들을 돌아보게 한다. 선교의 역사에 있어서 이들은 예수님이 품으셨던 스플랑크니조마이의 사랑과 긍휼의 마음을 품었던 하나님의 사람들로 기억되고 있다. 

1956년 1월 초, 다섯 명의 젊은 선교사들은 배우자와 자녀들을 뒤로하고 남미 에콰도르의 아마존 원주민의 하나인 아우카족(Auca-벌거벗은 혹은 야만적이라는 의미로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함, Through the Gates of Splendor, 253)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마을 가까이에 위치한 쿠라레이 강(Curaray River)에 상륙했다.

며칠이 지나도 교신이 이루어지지 않자, 헬기와 병력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했는데, 남겨진 가족들의 기대와 달리 다섯 명의 선교사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지도 못하고 원주민들의 창에 찔려 사망한 채 강가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이들이 발견되었을 당시 그들의 몸에는 발사되지 않은 총이 있었다고 한다. 선교지로 떠나는 아버지(Jim Elliot)에게 아들이 아우카족이 공격하면 그들을 총으로 쏠 것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짐 엘리엇은 아우카족의 사람들은 복음을 듣지 못하여 천국에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인데 총을 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엘리자베스 엘리엇
엘리자베스 엘리엇

매스컴에서는 이들의 죽음을 불필요한 희생과 낭비로 치부했다. 하지만 2년 후에 짐 엘리엇의 아내인 엘리자베스는 자녀(Valerie)를 데리고 남편과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아우카족의 터전으로 들어가 하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였다.

그리스도를 위한 그녀의 헌신은 아우카족이 예수님을 믿게 되는 놀라운 열매를 맺었다. 자기 남편과 동료들을 죽였던 사람들이 후에 부족 교회의 장로가 되었으며, 희생된 선교사의 자녀 중 한 명은 그 교회의 담임 목회자가 되었다.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긍휼의 마음이 우리에게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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