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신앙 (9)

오승원 목사(콩코디아 신학교 선교학 박사 과정)


기독교 선교의 역사는 문화의 장벽을 넘어 각 나라와 민족과 족속 가운데 심어 진 복음의 씨앗이 열매 맺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복음은 문화라는 문명의 옷을 입고 수많은 장벽을 넘어 오늘날까지 성장해 왔다.

선교학자인 게일린 반 린닌(Gailyn Van Rheenen)에 의하면, 인간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경험하기 이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문화의 영향을 받고 그것에 의해 빚어지는 존재라고 정의한다. 그러하기에 선교사역에 있어서 인간의 관습이나 세계관과 관련된 혹은 상충되는 문화적 개념들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선교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이 사람들에게 친숙한 문화적 방식과 방법으로 표현될 때, 복음에 대한 수용력을 훨씬 높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을 문화적 상황과 가치관에 타협하거나, 하나님의 말씀이 어떤 특정한 문화적 틀에 종속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복음과 문화가 갖는 특수성 때문에 하나님의 선교가 이루어지는 사역의 현장에서는 올바른 상황화를 위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현지의 문화적 요소들을 비판 없이 받아들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혼합주의(Syncretism)는 복음의 순수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에 복음의 순수성만을 지키기 위해 우리와 다른 문화들을 무조건 배척하며 19세기 식민시대에 만연하였던 자문화 중심적 선교 방법(ethnocentrism)을 주장하는 것 역시 또 다른 극단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복음이 심어져야 할 현지 토양의 언어와 문화를 바로 이해하고 터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적 문화들과 가치관들은 기독교 내에서도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면서 세상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유일한 길인 예수 그리스도의 절대성과 유일성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한다.

많은 학자는 기독교 내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의 뿌리를 니체(Nietzsche)에게서 찾는다.“신은 죽었다. 신은 죽은 채로 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살해자 중에서도 가장 극악무도한 살인자들인 우리는 어떻게 자신을 위로할 것인가?”(The Gay Science, 125)라고 말한 니체의 선언은 기독교의 절대적 실체와 진리를 무의미하게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요인이 되었다.

예를 들면, 1961년 뉴델리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WCC)는 하나님의 구원 계시가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존재하며, 기독교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 아니라는 다원주의적인 주장을 했다. 또 1973년 존 힉(John Hick)은 자신의 저서에서 구원에서 그리스도의 중심성을 제거하고 다른 종교와의 연합을 강조했다. 그는 종교적, 문화적 연합을 위해 기독교 신앙만이 우주의 절대적 중심이라는 배타적인 자세를 버려야 할 것을 역설했다. 이러한 다원주의적 선교 방법론은 기독교를 여러 종교 가운데 하나로 취급하는 결과를 초래하도록 만든다.

이 시대적 특성 앞에 그리스도인은 기독교 선교가 갖는 근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요구된다. 윌리엄 헤나드와 애덤그린웨이(William D. Henard and Adam W. Greenway)는 어떠한 시대적 요구와 문화의 변혁 가운데에서도 예수님의 성육신과 속죄, 인간의 구원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성경적 종말론과 같은 기독교의 근본적 교리들은 올바르게 선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당시의 유대 문화와 헬레니즘이라는 문화 속으로 찾아오셨다. 예수님은 문화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거동하시며 숨 쉬셨지만, 문화 속에 함몰되어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셨다. 오히려 문화의 한계를 초월하여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드러내심으로 하나님 나라를 온전히 증거하셨다.

아직도 열방 가운데 전도 활동이 거의 없어 복음화율이 0.1% 미만인 전방 미전도 종족(Frontier Peoples)이 5천여 개 이상 존재한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사용하는 미전도 종족들에 대한 관심과 문화적 연구가 선행되고, 그리스도인들이 겸손히 성령의 능력으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복음을 전하는 선교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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