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신앙 (10)

오승원 목사(콩코디아 신학교 선교학 박사 과정)


최근 한국 교계에서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급변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 속에서 교회의 존재 이유와 그 역할에 대해 더 깊은 연구와 이해들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교적 교회는 전통적인 교회(Traditional Church)와 크게 구별된다. 전통적 교회들은 반듯한 건물, 최신식의 음향시설,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오도록 하는 구조이다(Attractional Church). 반면에, 선교적 교회는 데릴 구더(Darrell Guder)의 주장처럼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적 활동에 중점을 둔다. 그에 따르면, 교회는 고객들에게 갖가지 상품들을 판매하는 가게와 같이 사람들에게 종교적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세상 속으로 보내심을 받은 지체들로 구성된 선교적 공동체임을 강조한다. 

선교적 교회는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보내심을 받은 성령님으로부터 세상으로 보내심을 받은 교회의 역할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선교적 교회는 교회 건물 밖 세상으로‘흩어지는 교회’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선교적 교회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은 선교라는 활동이 어떤 특정 선교사나 목회자만이 감당해야 할 사역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혜로 세상으로부터 구별된 모든 성도들 각자가 다시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선교사라는 것이다.

알렌 허쉬(Allen Hirsch)는 선교적 교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선교적-성육신적 원동력(missional-incarnational impulse)이 필수 요소임을 강조한다. 그는 자기 경험을 나누면서, 많은 상업적 성행위와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호주 멜버른의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빈약 계층의 사람들이 어느 날 교회에 와서 크리스천과 같은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성 있는 선교적 접근은 각 문화가 갖는 특이성에 대한 민감성과 그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동질성을 갖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하나님의 선교가 이루어지기를 열망하는 용감한 혁신적 태도가 요구됨을 강조한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이웃이 되셨으며,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요1:14). 이러한 선교적이고 성육신적인 열망을 가지고 우리 중 한 사람처럼 되셨고,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류를 향한 구원 사역을 온전히 성취하실 수 있었다. 

알렌은 오늘날 교회들이 교회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않는 신선한 방식으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예수님으로부터 새롭게 배워야 함을 역설한다. 죄없이 거룩하셨던 예수님은 세상의 죄인들과 거리감을 두며 동떨어진 섬처럼 살지 않으셨고, 죄인들과 함께 어울리셨다(마 11:19). 어쩌면 우리는 ‘거룩함과 속됨’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세상과 교회 사이에 경계의 벽을 높게 세우고, 우리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속한 ‘잃어버린 자들’의 문화와 가치관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선교적-성육신적 삶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2020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60%를 넘었다고 한다. 연령별 비교에서 30~40대에서 교회에 대한 불신의 비율이 75%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교회에 대한 불신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세상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사회, 문화적 상황에 대해 배타적인 한국 교회의 모습이었다. 

또 다른 통계에서는 한국 개신교 교회 성도 수가 10년 전인 2010년의 통계치보다 약 20퍼센트인 대략 100만 명의 성도 수가 감소하였다는 사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상황은 지난 10여 년 사이에 한국 교회의 미래 사역을 책임질 다음 세대의 수가 42%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이 암울해 보일 수 있지만, 많은 교회가 전통적 선교 방식인 ‘와서 보라!(Come and See)’에서 더 적극적으로 ‘가서 전하라!(Go and Tell)’는 선교적 교회로 나가려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한국 교회가 선교와 복음 전도를 자신이 속한 교회의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탈피하여, 성삼위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감당하는 교회의 본질이며 DNA로 인식하게 되기를, 또한 선교적 교회로서 정체성이 회복되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쓰임 받는  도구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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