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통치하신다'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의 발이 아름답다고"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에 무엇이 있을까? 올해 요즘 세대들은 잘 하지 않는 놀이를 많이 했다. 바로 윷놀이다. 한 청년의 제안을 받았을 땐 시큰둥했는데 일단 시작하니 경쟁심과 승부욕이 작용하며 빠져들었다. 분위기 메이커가 던지는 가벼운 말과 맞장구치는 반응들이 재미를 살렸고 의지나 실력과는 상관없이 나오는 결과에 따른 긴장과 안도감, 그래서 더 중요한 말쓰기를 놓고 벌이는 두뇌 게임, 잡고 잡히는 일, 패색이 짙다가도 사리를 몇 번 하여 판세가 바뀌는 역전의 묘미 등은 오락을 넘어 인생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들만의 규칙으로 네 명이서 개인전을 했다. 팀으로 할 때보다 더 치열했다. 선두로 달리는 말은 한동안 공공의 적이 된다. 이를 잡기 위해 일부러 다리를 놓아 주는 말쓰기를 한다. 하지만 협력자가 경쟁자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내 말을 잡고 앞서간 말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니까.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말을 윷놀이에서 확인했다. 업어서 가기는 빨리 끝낼 수 있는 말쓰기지만 위험하다. 잡히면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험의 양면성을 배울 수 있다. 뒷도(백도)는 잘 나가다가도 뒤로 후퇴할 때가 있음을 가르쳐 준다. 갈 길이 멀고 바쁜데 눈치없이 뒷도가 나오면 울화통이 터진다. 그렇다고 전의를 상실할 필요는 없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도를 했다가 다음에 뒷도를 하면 누구보다 빨리 말을 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만의 규칙 하나가 더 있었는데 마지막 말은 반드시 하나의 여유로만 난다는 거였다. 예를 들어 마지막 말이 한 칸 전에 있으면 반드시 ‘개’로만 날 수 있고, 두 칸 전에 있으면 ‘걸’로만 날 수 있다는 규칙이다. 윷이나 모가 나와도 소용이 없다. 딱 맞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러다 다른 말에 잡히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먼저 승기를 잡은 사람이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고, 꼴찌로 달리는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윷을 높이 던질 수 있는 힘이다. 겸손을 배우게 되고 역전승의 희망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확률은 확률일 뿐이다.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득도’이다. 

카타르 월드컵 축구 대회가 열렸다. 이변이 많이 일어난 대회라는 평가들이 많다. 탁월한 실력으로 예상대로의 성적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팀들도 있지만, 전통적인 강호가 세계 랭킹에서 한참 뒤진 팀에게 패배해 일찍 짐을 싸기도 했다. ‘공은 둥글다’는 말이나 ‘승리의 여신에게 물어 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대부분의 팀들은 리그 마지막까지 물고 물리는 경기를 하며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기고도 탈락하는 팀도 있었고, 비겼지만 16강에 진출하는 팀도 있었다. “최종적인 결과는 내가 아닌 타자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의외의 승리를 한두 번 했다고 과대평가하고 과대망상을 갖다가 다음 경기에서 망신스런 패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승리했을 때의 기분에 취해 다른 팀들을 무시하는 말이라도 했다면 조롱과 멸시를 받을 수 있다.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를 칭찬하고 기뻐할 수는 있지만 욕심이 지나치거나 교만과 우월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겨야 한다. 더구나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우쭐대는 일은 선수들뿐 아니라 응원하는 사람들까지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2022년이 끝나고 새해가 시작된다. 한 해 동안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나 자신과 여러분 모두를 격려한다. 가족과 세상의 구성 원소로서의 “나”는 무엇보다 존귀할 것이다. 칭찬과 위로, 보상과 쉼을 선물로 나누길 원한다. 그러나 올 한해도 살아보니 역시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내가 아니라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운동 경기에서는 ‘승리의 여신’이라고 말하고, 윷판에서는 ‘확률’이나 ‘운’이라고 말한다. 믿는 우리는 하나님이라고 고백한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의 발이 아름답다고 성경은 증언한다(사 52:7). 그분은 모든 판을 바꾸실 수 있는 분이다. 이 진리 안에서 무엇보다 겸손하게, 소망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 필자는 유튜브 “PMI TV 일일텐” 에서 요한계시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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