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원 목사(콩코디아 신학교 선교학 박사 과정)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나면 집마다 성탄절 장식을 하느라 모두 분주해진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더 화려하고 멋진 트리 장식을 했다고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모두 열심이다. 우리 가족 역시 오랜 시간 묵혀져 있던 장식품 보관함을 꺼냈다. 빛바랜 장식을 보며 한 해가 이렇게도 빨리 지나갔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웃들의 집 안팎으로 놓여 있는 화려한 장식을 보면서 문득 사람들은 성탄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던 중 인터넷에서 한 설문조사를 발견했다. 한 기관에서 2021년에 110여 개국에 거주하는 5만 명(21~99세 연령대의 남녀)에게 성탄절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여러 문답 중에서 나에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전통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50%가 넘는 사람들이 성탄절을 연상하면 트리 장식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렸다고 한다. 교회에서 예배 드리는 것을 떠올린 사람들은 고작 3.3% 정도였다고 한다(Real Research, 2021). 더 안타까운 것은 성탄절을 통해 예수님을 떠올렸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응답자의 45%는 산타(Santa)를 떠올리며 편지를 써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성탄절은 선교사 예수님이 아기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선교사로서의 삶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성육신 사건이었다(마 1-2장, 눅 1-2장). 마태복음은 동방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아기 예수님이 유대인일 뿐만 아니라, 온 인류의 구세주가 되심을 알리고 있다. 반면에 누가복음은 가난하고 비천한 목자들을 통해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알리고 있다. 이는 구주 예수님이 소외되고 헐벗고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로 오셨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 대하여 사도 요한은 “그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요 1:14)라고 증거하고 있다. 

아기 예수님은 눈이 부실 만큼 화려하고 두려움을 주는 천사의 모습이 아닌 가장 연약한 존재인 아기의 모습으로 마구간 여물통에서 태어나셨다. 어쩌면 예수님의 이러한 낮아지심은 연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시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은 당대의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는 조롱 섞인 비판을 받으셨음에도 불구하고(마 11:13, 눅 7:40), 그들과 지속해서 긴밀한 유대를 가지셨다. 선교사 예수님은 당시의 문화, 정치, 종교적 상황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그 누구보다도 더 깊이 있게 이해하셨다. 

해외로 파송 받은 선교사가 현지에 정착하는 초기 단계에는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교사가 현지인들과 지속해서 긴밀한 유대감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만약 선교사들이 현지인들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 바탕을 둔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선교는 불가능함을 경험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선교학자인 딘 플레밍(Dean Flemming)은 예수님의 선교 사역을 어떤 하나의 표준화된 문화에 갇힌 배타적인 모습에 머물러 계셨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경계선을 깨뜨리고 넘어서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음을 강조했다(Recovering the Full Mission of God, 156).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은 선교적 삶을 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지리적, 문화적, 종교적, 정치적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모든 구조화된 장벽을 초월하여 우리들의 삶의 현장(Sitz im Leben)에 녹음으로 어둠의 권세에 갇힌 영혼들을 구원하기 원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참된 사랑에 근거한 선교사 예수님의 겸손, 열정, 희생, 그리고 헌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성탄절의 주인공은 우리를 찾아오신 구원자 아기 예수님이시다. 세상의 화려한 장식과 조명, 쇼핑과 선물들로 진정한 성탄절의 의미가 가려지고 퇴색돼 가는 요즘, 성탄절의 선교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봄으로써 진정한 성탄절의 평안과 구원의 기쁨이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을 녹이고 그 속에 가득하길 기도한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