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이야기 - 산상수훈 (19)

김민순 목사(뉴멕시코 주 알버커키 갈릴리 장로교회 담임)

 

1. 거창고등학교 10계명  

경남 거창에 있는 미션스쿨 거창고등학교에는 고 전영창 교장 선생님이 제정한 직업 선택 십계명이 있습니다. 제1계명,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제2계명,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제3계명,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제4계명,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제5계명,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에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제6계명,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제7계명,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제8계명,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제9계명, 부모나 아내, 혹은 약혼자가 결사 반대를 하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제10계명,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제1~10계명 가운데 어느 계명이 가장 마음에 안 드십니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기도는 거창고등학교의 직업 선택 십계명과는 정반대입니다. 고 전영창 교장 선생님에게 어떠한 삶이 하나님의 뜻이었을까요?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우리 주님의 마지막 기도는“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하늘에서 온전히 이루어집니다. 이 기도를 묵상하며 우리 삶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 우리 자녀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생각합니다. 우리 삶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까?

2. 아버지의 뜻을 구하는 기도 

우리가 배워야 하는 기도는 우리의 뜻을 억지로 관철시키려는 기도가 아니라, 하늘 아버지의 뜻을 구하며, 이루며,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려는 기도입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바라는 우리의 기도는 우리의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를 따라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이루려는 겸손한 기도입니다. 산에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알려 주신 예수님은 감람산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십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예수님께서 하나님께 올려드린 간절한 기도입니다. 누가복음 22장 42절은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우리도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하나님께 올려드리기 위해서 예수님의 기도를 배우기를 원합니다.

겟세마네는“기름 짜는 곳”이라는 뜻으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방문하셨을 때 종종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신 장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기도하실 동안에 그곳에 앉아 있으라 명하신 후에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따로 기도하러 가셨습니다. 겟세마네에서의 기도 시간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며, 홀로 무엇인가 하실 수 있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예수님은 기도하십니다. 그토록 놀라고 답답하고 고민으로 죽게 되었을 지경에도 예수님은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겟세마네 기도의 모습을 통해서 예수님의 기도를 배웁니다. 기도의 습관을 배우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의 자세를 배우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의 내용을 배웁니다.

3. 고통 중에도 습관을 좇은 기도

누가복음 22장 39절은“예수께서 나가사 습관을 따라 감람산에 가시매 제자들도 따라갔더니”라고 말씀합니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 가셔서 기도하시는 것은 예수님의 오래된 습관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끊임없는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교제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고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앞에 둔 고통의 시간에도, 예수님은 다른 곳으로 가시지 않고, 당신의 기도 습관을 따라 겟세마네의 기도 자리에 나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들을 보면, 지난 3년 동안 그토록 예수님을 따라다녔는데도, 이들에게는 기도가 아직 습관이 아닙니다. 지금 사랑하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이 눈앞에 있는데, 이들은 여전히 너무나 연약합니다.“유혹에 빠지지 않게 기도하라”(40절)는 예수님의 부탁이 있음에도 제자들은 잠들어 있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한 시간도 깨어 기도하지 못하던 연약한 제자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하신 말씀에 순종하지 못하기에, 우리는 종종 시험에 들고, 자주 넘어지고 좌절합니다.

4. 예수님의 기도의 자세와 내용

겟세마네에서 예수님은 일반적인 기도 자세를 취하지 않으시고 간절하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십니다. 얼마나 힘쓰고 애쓰시고 간절히 기도하셨는지 땀이 핏방울처럼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토록 무릎 꿇고 간절하게 기도하신 내용입니다.“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이 잔은 죽음의 잔이며, 십자가의 잔입니다. 예수님은 왜 이 잔을 당신에게서 옮겨달라고 기도하셨을까요? 이미 제자들에게 여러 번 고난과 죽으심과 부활을 말씀하신 예수님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잔은 육신적으로는 인생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잔혹한 고통의 잔입니다. 로마 시대의 십자가 처형을 조금만 이해하면, 그 고통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육신의 고통뿐 아니라 벌거벗기는 참으로 수치스러운 형벌입니다. 그러나 육신의 고통과 수치스러움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아버지 하나님과의 교제가 단절되는 잔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하나님께 한순간도 버림받지 않으시고, 하나님 아버지의 충만한 임재 가운데 늘 성령으로 충만하셨던 예수님입니다. 그러나 십자가 죽음의 잔은 아버지께 버림받으며 외면당하며 단절되는, 창세 전부터 한 번도 끊어지지 않았던 아버지 하나님과의 교제가 단절되는 순간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기도하십니다.“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예수님의 기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우리의 기도는 우리의 소원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기도는“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아버지의 뜻대로”하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참된 기도는 우리의 소원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소원을 우리의 삶 가운데 이루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기도 제목과 내용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갑니까? 우리의 소원만 가득한 기도입니까? 아니면 하나님 아버지의 소원이 가득 담긴 기도입니까? 우리와 우리 교회를 향한 아버지의 소원이 담긴 그 간절한 기도는 어떤 기도입니까?

* 편집자 주: 김민순 목사는 서울대, 총신대 M. Div., 합신대, 칼빈세미너리 역사신학 Th. M. 및 Ph. D.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뉴멕시코 주 알버커키 갈릴리 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