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이야기 - 산상수훈 (20)

1. Our Daily Bread       
미국에서는 한국의 “매일성경”이나 “생명의 삶” 같은 말씀 묵상지보다는 “Our Daily Bread” 같은 더 짧은 말씀 묵상지를 사용합니다. “Our Daily Bread”, 우리의 일용할 양식입니다. 우리에게는 일용할 양식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육적으로도 일용할 양식이 필요하고, 영적으로도 일용할 양식이 필요합니다. 일용할 양식이 필요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기도는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나라,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하나님 기도 다음에 이어지는 우리의 필요를 구하는 기도입니다. 

하나님을 위한 2인칭 기도에서 우리를 위한 1인칭 기도로 변합니다. 우리의 필요 가운데 가장 첫 번째 필요를 구하는 기도가 마태복음 6장 11절,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입니다. 영어로는 “Give us today our daily bread” 입니다. 유진 피터슨 목사님은 이 기도를 “든든한 세 끼 식사로 우리가 살아가게 하소서”라고 번역했습니다. 든든한 세 끼 식사는 굶주려 겨우 먹는 음식이 아니라, 영국 해군에서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풍성한 음식입니다. 

1세기 유대인들은 아침에 오늘의 양식을 구하는 기도를 드렸고, 저녁에는 내일을 위한 양식을 구했습니다.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하나님께 의지하고, 다음 날도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오늘날 미국처럼 음식이 풍성한 문화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리 절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1세기 때 팔레스타인에서 하루의 일당 1데나리온을 받아 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삶에서는 너무 중요한 기도입니다.

2. 풍성한 양식을 주시는 하나님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는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신 인간에게는 구할 필요가 없는 기도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먹을거리를 선물로 인간에게 주셨다고 창세기 1장의 마지막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 또 땅의 모든 짐승과 하늘의 모든 새와 생명이 있어 땅에 기는 모든 것에는 내가 모든 푸른 풀을 먹을거리로 주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창 1:29-30).

아담이 매일 먹었던 양식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물이었습니다. 채소와 열매 맺는 나무를 인간에게 주시고, 땅의 모든 짐승과 하늘의 새에게도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주셨습니다. 마태복음 6장 26절의 말씀입니다. 

공중의 새는 심지 않고, 거두지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 많은 새들은 잘 먹고 새끼 키우면서 염려 없이 살아갑니다.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신다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공중을 나는 새들보다 더 귀하다면, 우리 하늘 아버지께서 우리도 기르시고 우리도 거두어 주십니다.

3. 오늘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이 땅을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에게,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하나님 나라에 속한 우리에게 필요한 우리의 일용할 양식은 매일매일 우리의 삶이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신뢰하는 하나님 나라 백성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우리의 기도입니다.

어느 한인 교수님이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박사 과정을 마칠 때 너무너무 간절해서 밥 먹듯이 드렸던 기도 제목이 있었습니다. “밥벌이하게 해 주십시오” 하나님의 은혜로.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교수로 부임해서 밥벌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밥벌이하고 사는 것이 주님의 은혜요, 주위의 도움 덕분임을 고백하며, 밥 먹을 때마다 구하는 기도가 있다고 합니다. “밥값 하게 해 주십시오. 도움받은 만큼 이제는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는 첫째,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기도입니다. 과거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고, 지금도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고,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가 필요합니다. 먹고 살 만한 지금도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는, 모든 것이 우리의 능력과 손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하늘의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풍성한 은혜임을 기억하고 또 마음에 새기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먹어서 배부르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소와 양이 번성할 때, 또는 통장의 잔액이 늘어나고, 보유한 땅과 집의 가치가 폭등하고, 주식이 올라가고, 경제적인 풍성함을 누릴 때, 우리의 지혜와 우리의 능력을 자랑하며 교만하여 하나님을 잊어버릴 수 있는 치명적인 죄악에 빠질 수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구해야 합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사람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 사람 앞에 겸손하고 겸손합니다. 남보다 조금 더 있다고 교만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다만 하나님께 감사하고 나 같은 자에게 풍성하게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는 둘째, 나의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풍성하게 부어주신다면, 나만을 위한 양식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일용할 양식으로 부어주신 것입니다. 이를 나누고, 섬기고, 받은 은혜를 우리를 통해 흘려보내도록 베푸는 삶을 살겠다는 기도입니다. 우리가 있는 공동체에는 항상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우리보다 더 가난하고 연약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넘어서 풍성한 양식을 부어주셨을까요? 혼자만 누리지 말고, 혼자만 풍성한 삶을 누리지 말고 나누어 주라고, 섬기는 자로 살라고, 하나님 은혜의 통로가 되라고 풍성히 부어주셨습니다. 일용할 양식은 나에게만 필요한 양식이 아니라 우리의 일용할 양식, 우리 공동체가 필요한 일용할 양식입니다.
 

* 김민순 목사는 서울대, 총신대 M. Div., 합신대, 칼빈세미너리 역사신학 Th. M. 및 Ph. D.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뉴멕시코 주 알버커키 갈릴리 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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