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이야기 - 산상수훈 (21)

1.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에 주신 소중한 선물이 만남의 은혜입니다.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만남은 의미가 있습니다. 전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만남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우리의 만남 가운데는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옵니다. 사람의 마음은 실로 부서지기 쉬운 마음이기에 조심하고 배려하고 최대한 환대의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반면에 우리의 인생에 모든 만남이 아름다운 환대의 만남이 아니라 서로 오해하고, 멀어지고, 미워하고, 저주하는 안타까운 만남, 서로 안 만났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는 만남도 있습니다.

2.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도 우리는 연약한 죄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기도에는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와 동시에 영적인 필요를 위한 죄 사함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마태복음 6장 12절의 기도는 용서를 구하는 기도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영어 성경을 보면 거의 모든 번역이 비슷합니다. “Forgive us our debts, as we also have forgiven our debtors.” 우리의 죄를 “debts”로 빚들로 번역하고,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debtors”로 빚진 자들로 번역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지은 죄는 불꽃 같은 눈으로 심판하시는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빚들로 쌓여집니다. 일평생 우리의 죄를 하나하나 다 세어본다면 얼마나 많은 죄가 하나님 앞에 빚으로 쌓여지겠습니까? 

로마서 3장 23절에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죄는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범하는 행동입니다. 강도, 살인, 도둑질, 간음 거짓말 등 하나님의 영광을 벗어나는 인간의 행동이 죄입니다. 동시에 인간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죄입니다. 부모를 마땅히 공경해야 하는데 공경하지 않는 것이 죄이며,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하는데 사랑하지 않은 것도 죄입니다. 그런데 죄는 더 나아가 우리가 행하는 행동만이 아니라 마음속에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정욕 등의 7가지 치명적인 죄처럼 마음으로, 생각으로 범하는 죄도 포함됩니다.

인간은 일평생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살아갈까요? 우리 자신도 모르게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죄를 짓고 있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행동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하루에 단 3번의 죄를 짓는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걸어 다니는 천사일 것입니다. 하루에 3번의 죄를 지은 사람도 평균 수명에 해당하는 나이의 80세가 되면, 87,600번의 죄를 짓습니다. 우리의 전 생애 동안 87,600번의 죄를 지은 기록이 하나님 앞에 새겨져 있다면 그 많은 죄의 빚을 어떻게 갚을 수 있겠습니까?

3. 인간의 4중 상태와 죄의 이유
이 땅의 인간은 왜 이토록 많은 죄의 빚을 지면서 살아가는 것입니까? 이유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4중 상태 가운데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본성적인 상태를 심오하게 연구한 초대교회의 어거스틴은 인간의 4중 상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첫째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기 전의 타락 전 아담의 상태입니다. 아담은 죄를 지을 수도 있는 가변적인 상태(posse peccare, able to sin)가 있었습니다. 죄를 지을 수도 있고, 죄를 짓지 않을 수도 있는 상태에서 아담은 하나님과 맺은 행위 언약을 파기하였습니다. 

둘째는 행위 언약을 파기하고 나서 언약의 머리인 아담과 함께 인간은 언약에 따라 허물과 죄로 죽은 죄인이 되어 이제는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상태(non posse non peccare, not able not to sin)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예수님을 주님과 그리스도로 만나 성령의 능력으로 거듭난,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상태(posse non peccare, able not to sin)인 구원받은 인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종말의 완성인 새 하늘과 새 땅의 낙원에서 죄를 지을 수 없는 상태(non posse peccare, not able to sin)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습니까? 우리는 둘 중의 하나입니다. 두 번째의 허물과 죄로 죽은 죄인이 되어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있든지, 아니면 하나님의 은혜로 거듭나 세 번째 상태인 죄를 안 지을 수도 있는 상태에 있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어떠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용서의 기도를 올릴 수 있을까요? 마음속에 원한을 품은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영적인 행동이기에 두 번째 상태의 사람들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세 번째,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말미암아 모든 죄와 허물의 사함을 받은 거듭난 성도는 일만 달란트의 탕감받은 은혜를 입은 믿음의 사람이기에 자신에게 죄를 지은 자를 용서한 것 같이 하나님 앞에서 우리 죄를 사하여 달라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의 기도는 주기도문 후에 보충 설명이 있습니다. 마태복음 6장 14~15절에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영혼에 절실하게 필요한 기도는 용서하고 용서받는 사죄의 기도입니다. 죄인의 상태에서 가장 필요한 기도가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라는 하나님께 사죄를 구하는 기도입니다. 우리의 모든 죄가 용서받은 은혜의 상태라면, 우리에게 죄를 지은 사람을 돌에 새기지 말고 물에 새겨 흘려보내 달라고 간구할 수 있습니다.

* 김민순 목사는 서울대, 총신대 M. Div., 합신대, 칼빈세미너리 역사신학 Th. M. 및 Ph. D.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뉴멕시코 주 알버커키 갈릴리 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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