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 1:2).

성경의 창세기 1장 둘째 절 말씀이다. 이는 1절에 창조된 땅(地)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이다. 1절은 ‘지(地)’라는 한자로 2절은 한글인 ‘땅’으로 번역되어서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히브리 원어로는 둘 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구 에레츠(erets)이다. 영어 성경도 둘 다 우리가 사는 지구(earth), 우리말 성경도 모두 ‘땅’으로 번역되어 있다.

형체 없는 물질 - 빛이 없는 물질?

그 땅에 대해 개역개정 성경에서 ‘혼돈과 공허’로 번역한 것은 해석적인 면이 있다. 이는 실제로 ‘물질의 형태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며 비어있다’는 표현으로 중립적인 묘사이다. 이는 오히려 하나님의 선한 성품을 드러내는 좋은 모습임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첫째 날 창조 사역 가운데 빛을 만드시며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신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능하시며 선하신 것이 하나님의 능력과 성품이며, 이것이 창조 사건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창세기 말씀의 순서에 따라서 하나님이 형체가 없는 물질을 창조하셨을 때 빛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빛은 다음 절인 3절에 처음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연한 질문이 생긴다. 우리가 빛이 없는 물질을 상상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양자역학에서 빛이 없는 입자 세계를 생각할 수 없다. 오늘날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듯이 빛은 물질이 아니다. 그리고 빛이 없는 물질을 생각할 수 없다. 참고로 빛이 물질이 아니라는 자세한 내용은 크리스찬저널 Vol. 43. No 3(제1499호: 2023년 3월 호) 7면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창세기 1장 1절에서 창조된 시간과 공간과 물질이 연합체이고, 2절에 이들이 아직 형체가 결정되지 않았고 빈 상태임을 묘사하며, 그리고 3절에 “빛이 있으라” 하시므로 잠자던 입자들이 빛 에너지로 활성화되어서 모든 물질이 형태를 보이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과 물질과 빛으로 구성된 물질계가 완성되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4절에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그 기쁨을 드러내셨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수천 년 전에 기록된 창세기 말씀의 순서가 오늘날 첨단 실험으로 사실이 확인되고 있음은 놀랍고 신비할 뿐이다.   

이어서 2절 후반에 “흑암이 깊음 위에 있다”고 하여 주위가 매우 어둡고 깊음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포텐셜(고에너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때 깊음은 깊은 물을 의미하는데, 홍수 심판 때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창 7:11)에 등장하는 단어이다. 즉 지구에는 처음부터 물이 존재하였다는 의미다. 이는 곧바로 “하나님의 영이 수면에 운행 하시니라”고 하시며 물을 의미하는 ‘수면’이 언급되어 이를 뒷받침한다. 앞으로 자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을 사람이 살게 될 지구를 감싸며 창조 사역에 함께 참여하고 계시는 성령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성경에 나오는 첫 물질? 물

자연주의 진화론 과학자들은 지구가 처음에는 뜨거운 불덩이에서 수십억 년 시간에 걸쳐 점차 식으며 결국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으로 변했다고 상상한다. 이런 발상은 태양이 뜨겁고, 또 지구 내부가 뜨거우므로 나온 생각이다. 그래서 지구의 과거도 그랬을 것이라는 편견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에 성경은 완전히 반대로 말하고 있다. 성경의 둘째 구절에 따르면 지구는 처음부터 물과 함께 물의 지구(watery earth)로 창조되었다. 여기서 물이라고 하는 단어는 성경에 언급된 첫 물질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쉽게 인지할 수 있고 알 수 있는 물질이다.

물은 잘 아는 것처럼 화학식이 H2O다. 즉 물 분자는 수소(H) 두 개와 산소(O) 한 개가 결합되어있다. 여기서 물에 대한 어려운 화학적 성질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가 잘 아는 물질계에는 수소, 산소, 핵, 양성자, 쿼크, 미립자 등 훨씬 더 단순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단계 없이 바로 물을 만드셨다. 실제로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많고 폭발성이 있는 물질이다. 또한, 산소는 우주에서 세 번째로 많은 원소이며 상대 물질을 산화시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산화제로 모든 물질을 태우는 성질이 있다. 그러니까 물은 수소 두 개를 산소 하나가 태워서 만들어진 물질이다. 

지난 반세기 입자 물리에서 실험으로 확인한 바와 같이 입자 물리 세계는 핵, 양성자, 중성자, 쿼크나 렙톤과 같은 미립자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 모두 매우 불안정하다. 이 입자 세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The Universe of Dynamics 10장 참조). 입자 물리 관점에서 우주가 이처럼 간단한 것으로부터 자연적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참으로 어려운 상상이다. 반면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순서는 단순한 것부터가 아니라 ‘필요한 것’부터 창조하셨다.  

자연주의 과학자들은 모든 것이 단순한 것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이는 복잡한 것으로 시작되었다면 결국 물질을 초월하는 창조와 그 창조자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화 과학자들은 동식물의 기원이나 우주의 기원에서도 모두가 이런 선상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려고 한다. 이것이 진화, 즉 자연주의의 속성이며 한계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과학적 데이터와 증거들은 이와 반대다. 그 간단한 것은 자연주의자들이 바라는 다음 단계인, 안정하고 조직화 된 더 복잡한 기능으로 넘어갈 수 없다. 만약 독자들이 지구는 처음에 뜨거운 불덩이로부터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는 진화론적 지질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에 대한 지질학적 증거는 어떤 것도 없다. 단지 지금의 지구 내부가 태양처럼 뜨거울 뿐이다.

“내가 땅의 기초를 세울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욥 38:4).

욥에게 물어보시는 하나님의 이 질문은 하나님의 말씀과 그 증인을 배제하고 이 땅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경고하시는 모습이다.

* 이동용 박사(항공우주 공학박사, 창조과학선교회 강사, MCC & ECC 물리학 교수), 저서: The Universe of Dynamics-Fearfully & Wonderfully Made in Awesome Har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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