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유니온교회 담임, 미주 성결대 교수)


사람이 죄인이라는 걸 증명하기는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몇 번 언급했지만 특히 식사하는 행동을 분석해 보면 사람은 누구나 죄인인 것이 밝히 드러납니다. 공동반찬에 손이 먼저 가는 것이 우리들의 익숙해진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생선이 한 마리인데 세 사람이 식탁에 앉아 먹는다면 제일 먼저 동나는 것은 바로 생선입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금방 앙상한 뼈만 남습니다. 하지만 생선을 세 마리 구워 각각의 몫을 지어 주면 사정은 아주 달라집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때까지 생선을 여유 있게 먹게 되지 않습니까?
교회 화장실도 인간이 죄인임을 쉽게 증거해 주는 곳입니다. 자신의 집 화장실은 깨끗하게 먼지 하나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인데도 교회 화장실은 그토록 속히 지저분하게 사용합니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물의 손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써 붙여도 소용없고 잔소리해도 쇠귀에 경 읽기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교회 화장실 소모율을 조사해 보면 인간이 얼마나 나만주의적 죄인인가를 확연히 깨닫게 됩니다. 다른 사람 말할 필요 없습니다. 저 자신부터도 집에서는 화장지를 아껴서 조금씩 쓰면서도 교회 화장실에서는 길게길게 당겨서 사용합니다. 만약 가정과 교회의 화장지 소모율을 비교한다면 거듭난 신자들도 얼마나 못된 죄인인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아내가 두 주간 동안 선교지에서 보낸 일이 있습니다. 밥과 반찬 등을 미리 세심히 챙겨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갔습니다. 그래서 식사할 때마다 아내의 고마운 손길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음식 담는 그릇은 모두 종이접시를 사용했습니다. 물론 설거지할 그릇 수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허지만 아내가 설거지할 때는 사기그릇에 담아 먹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식사에도 그릇을 여러 개 사용했습니다.
 “종이 접시를 쓰시면 좋겠어요.”
 “글쎄, 육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왕손인데 종이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어서야 체면이 설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어거스틴의 위대한 점은 바로 그런 데 있습니다. 그의 고백록을 읽으면 인간이 어떻게 철저하게 죄인인가를 증명한 것들이 가슴을 찌릅니다.
 “아기들이 비록 말을 하지 못하나 죄인인 것을 저는 보았고 깨달았습니다. 양자 아기가 자기 어머니의 젖을 먹으려고 달려들면 낳은 아기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망연자실해지는 것을 누가 모른다고 하겠습니까?”(고백록 7장)
 그렇습니다. 인간은 별 수 없는 죄인이요 어쩔 수 없이 죄인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의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씀 그대로입니다(롬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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