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 강단 (28)

임다니엘 목사(크리스찬저널 편집부장)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 (빌 4:19).

사도 바울의 옥중 서신중에 빌립보서는 기쁨의 서신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에서 구금 중이었던 바울이 기쁨이 가득 찬 서신을 빌립보에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그리고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는 기쁨이 그에게 있었다. 빌립보서 1장 18절에 바울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이로써 나는 기뻐하고 또한 기뻐하리라”라고 전했다.

그뿐 아니라 사도 바울의 기쁨에는 빌립보 교회의 성도들로 인한 감사의 마음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마음은 서신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빌립보서 1장 3~4절에 “내가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며 간구할 때마다 너희 무리를 위하여 기쁨으로 항상 간구함은”과 8절에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가 사도 바울의 빌립보 성도들을 향한 마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빌립보서 4장 15~16절에 “… 내 일에 참여한 교회가 너희 외에 아무도 없었느니라 데살로니가에 있을 때에도 너희가 한 번뿐 아니라 두 번이나 나의 쓸 것을 보내었도다”와 18절의 “… 에바브로디도 편에 너희가 준 것을 받으므로 내가 풍족하니 이는 받으실 만한 향기로운 제물이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것이라”는 말로 그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빌립보 교회는 사도 바울의 2차 전도 여행 중에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행 16:9)고 말하는 마게도냐 사람의 환상을 보고 유럽으로 건너가 처음으로 세운 교회이다(행 16:6-15).

빌립보 지역에서의 복음 전파는 쉽지 않았지만, 성문 밖 강가에 있는 여인 중 두아디라 시에 있는 자색 옷감 장사를 하는 루디아를 만나 복음을 전한다. 루디아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이 있었지만,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은 알지 못했다. 바울이 복음을 전하자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신지라”(행 16:14)고 기록되었듯이 그 온 가족이 예수를 믿고 세례(침례)를 받아 빌립보의 첫 성도가 된다.

하지만,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는 곳에 가던 중 점쟁이 여종을 만나 고쳐주었는데, 그녀의 주인이 바울을 고소하여 빌립보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감옥에 갇히게 된 바울과 실라가 찬양하던 중 옥문이 열리고, 그것을 본 간수가 모두 도망간 줄 알고 자결하려 했으나, 바울이 크게 소리 질러 막았다. 그리고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고 복음을 전하자, 그와 온 집안이 예수를 믿게 되었고, 그들은 빌립보 교회의 성도가 되었다. 이처럼 빌립보 교회는 루디아와 간수의 가족들처럼 바울을 도울만큼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바울의 선교를 재정적으로 돕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빌 4:15-16).

특히 바울이 3차 전도 여행 때 빌립보 교회를 방문하고(행 20:1-5), 로마에 감금당했을 때 빌립보 교회는 바울을 염려하여 에바브로디도 편을 통해 바울의 쓸 것을 보낸다. 그런데 먼 거리를 여행한 그는 로마에서 병이 나서 죽을 뻔하였고, 그 소식이 빌립보 교회에 알려지자 몹시 걱정하여 바울이 그를 서둘러서 보내게 된다(빌 2:25~28). 그러면서 바울은 빌립보 교회가 쓸 것을 보낸 것에 감사하며(빌 4:18), 이로 인해 풍족하다고 고백한다.

바울의 고백을 통해 ‘목회자와 그가 섬기는 교회의 성도와의 관계가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1장 1절에 “그리스도 예수의 종 바울과 디모데는”으로 서신을 시작하는데, 로마서나 디도서의 다른 서신에서는 “하나님의 종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인 나 바울이 사도 된 것은”(딛 1:1)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사도’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않고 자신을 ‘종’으로만 표현한 것을 보면 바울이 빌립보에서 사도직에 대해 도전받지 않고, 사랑과 섬김의 관계 가운데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울은 자신을 힘에 넘치도록 돕는 빌립보 성도들에게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다고 말한다(빌 4:11). 바울의 닥친 상황이 세상의 관점에서는 감금되었기에 어려운 형편이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족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또한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빌 4:13)고 말해 사역이 자유와 부요에 달린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단순히 생각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풍부하다고 고백한다(빌 4:18). 그러면서 빌립보 성도들에게도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빌 4:19)고 축복하며, 하나님께서 반드시 채워 주실 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 믿음을 전달해 주고 있다.

간혹 선한 일을 하다가도, 주를 위해 살다가도,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가 어려운 일을 당하기도, 또 가난해지기도 한다. 사도 바울이 빌립보 성도들에게 바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자족하고, 주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그리고 풍성하신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이는 말로만이 아닌 사도 바울이 직접 경험하고 살아온 간증이요, 실제였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듯이, 믿음으로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살아갈 수 있고 살아야 하는 믿음에 의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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