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사회가 불안하고 예민했던 2020년 2월, 한국 언론의 헤드라인은 대구에 있는 신천지 모임이었다.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대구 신천지부는 사회 전체로부터 연일 비난을 받았다. 총회장이라 불리는 교주는 방역 방해 혐의로 고소되었고 교인 명부와 집회 및 위장 시설이 공개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신천지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폐해를 알리던 기독교 교단들은 그들의 세력 약화를 기대했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하나님께서 신천지를 드러내시고 궤멸시키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2년 12월, 놀랄만한 소식이 매체에 올라왔는데 대구 스타디움에서 신천지 교인들의 10만 수료식이 열린다는 뉴스였다. 특히 젊은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그들의 교주와 교리를 숭배하는 모습은 기존 기독교인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여전히 왕성하게 교세를 확장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10만 수료식을 가질 예정이라 한다. 

넷플릭스 방송 “나는 신이다”를 통해 대중에게 실체가 드러난 JMS 단체의 활동은 반사회적, 반인륜적 기행 그 자체였고 교주의 몇몇 강의 내용은 헛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황당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대체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교리와 조직에 멀쩡한 사람들이 빠져드나?’였다. 그런데 얼마 전인 2023년 7월, 서울 한복판 보신각 앞에서 정명석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그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신도들의 집회가 열렸다. 국내, 외적으로 실체가 알려지고 그토록 사회적 지탄을 받았음에도 대낮 서울 한복판에 모인 JMS 신도들을 보며 신천지도, JMS도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배우고 영향받은 사람들의 맹목적, 무지적 추종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우리에겐 그들이 적그리스도이며 영혼의 파괴자들로 “차라리 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사람”이지만, 추종자들은 그들을 위대한 선지자이며 의인이며 박해받는 구원자로 믿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함을 생각하게 된다. 

이 시대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정보 독과점의 시대를 정보 자유의 시대로 바꾸었다. 인류는 전보다 훨씬 더 쉽게 다양한 현상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와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와 다른 사람, 사고 체제, 문화, 종교에 좀 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과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그것들을 선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보 선택권은 알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키기도 했지만,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부여하기도 해서 피로감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결국 범람하는 정보의 유입 속에서 혼란과 불안을 이기지 못한 인간들은 선택적으로 듣고, 선택적으로 행동한다. 한두 권의 책 또는 한두 사람의 인상적인 설교나 강의만을 듣고는 거기서 내린 결론 속에 안주해 버린다. 믿음의 지평을 넓히려는 노력보다는 단순 반복을 통해 단편적인 믿음을 강화시킨다. 어느 순간부터는 콘크리트화된 자신의 믿음 체계 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려 하지 않는다. 게으름이기도 하고 낯선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자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관련 단어나 파생되는 현상으로는 포스트트루(post-truth), 근본주의, 극렬지지자, 소시오패스, 과격화, 양극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소위 신천지나 JMS 신도들뿐 아니라 정치 지형에서도, 기독교계 신앙그룹 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믿음 좋은 사람, 열심이 특심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희생을 무릅쓰고 진리를 지켜야 한다면, 그것은 부분적 진리가 아니라 보편적 진리를 위해서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시각과 행동이 보편적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더 넓게 보고 더 많이 읽어야 한다. 고정 관념에 반하는 현상을 불편해하지 말라. 자기 생각이 바뀌게 되는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여 좌절하거나 패배 의식을 갖지도 말라. 정반대의 생각이나 도전들과도 대화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며 실험적으로 적용해 보아야 한다. 처음엔 혼란스럽겠지만 많이 듣고, 넓게 보고, 다양하게 경험하다 보면 분별력과 판단기준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것은 믿음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건강해지는 과정이다. 고민과 의심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보편적 진리가 아닐까. 

* 편집자 주 - 곽성환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과 동 대학원, 풀러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바울사역원 PMI 원장이다. 유튜브로 매일 성경 묵상 프로그램 “일일텐”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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