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남자만 오천 명을 먹이신 일은 매우 신비스럽고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 기적은 교회에 다니는 초등학생일지라도 모를 리 없을 만큼 널리 알려진 기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신비스러운 사건도 중요하지만,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남자만 오천 명을 다 배불리 먹이고 난 후 예수께서 명하신 말씀도 놀랍다. 요한복음에 보면 “저희가 배부른 후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요 6:12)고 하셨다. 그 엄청난 인파가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쯤이야 그것도 성한 것이 아닌 조각조각 부스러졌을 음식물을 모아서 뭘 하시려고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하셨을까!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2018년에는 미국에서 약 6천3백만 톤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했다고 보고되었으며, 하루에 허비되는 물품도 25만 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버려지는 음식이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100만 톤의 음식은 약 2억~3억 명의 사람에게 몇 년 동안 제공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허비되고 있는 것이 어찌 음식물 뿐이겠는가? 이 외에도 모든 제품을 고려한다면, 버려지는 것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가끔 음식점이나 공동 화장실을 들를 때마다 눈에 뜨이는 것은 필요 이상 물건을 허비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휴지를 한두 장이면 될 것을 뭉텅이로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손을 씻고 닦는 화장지도 한두 장이면 될 것을 수북하게 꺼내어 대충 쓰고 쓰레기통에 쑤셔 넣는 것을 보며 자신의 집에서도 저렇게 허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가 일하는 일터도 마찬가지다. 한두 장이면 충분히 쓸 수 있으련만, 마구 꺼내 물도 젖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낄 때도 많다.

50여 년 가까이 운영해 오고 있는 우리 로고스선교회 사역은 초기에 너무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에 지금도 때로는 종이 한 장에 손이 떨릴 때가 없지 않다. 아까워서 그렇기보다는 그 종이 한 장이 아쉬웠던 때가 있었기에 그때를 생각하면 빈 종이 한 장도 그냥 허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남이 보면 비웃으리만큼 아끼고 또 아끼려는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구두쇠처럼 행동하곤 한다.

나는 우리 하나님께서 오늘에 이르게 하신 것이 그냥 하신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우리는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지난 50여 년 동안 충분히 먹여주심을 경험했거니와 주께서 당부하신 말씀처럼 그 풍성한 기적 후에도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하신 말씀이 소중하여 지금도 그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더 큰 것을 맡겨 주셨다. 그간 아끼고 아끼며 모은 조각들을 쌓이고 또 쌓이게 하시더니 이제는 제법 큰 산을 이루게 하셨고, 이를 듣고 보는 이들이 신비롭게 여길 만큼 헤아리기 어려운 일들을 맡겨 주신 것이다. 

기적으로 베푸신 그 소중한 조각들, 우리는 앞으로도 더욱 소중하게 여겨 단 한 조각의 허비 없이 맡기신 사역을 위해 모두를 아끼며 또 아껴 주의 영광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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