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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하나님의 궁극적인 계획과 목적을 알아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순종하며 살라고 말씀한다.”

임다니엘 목사(크리스찬저널 편집부장)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처음 창조하신 것은 빛이었다(창 1:3). 그리고 해와 같은 광명체를 만드셔서 낮과 밤, 계절과 날, 그리고 해(year)가 생기게 하셨다(창 1:14). 성경은 시간을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주권자 되심을 알려준다. 전도자 기자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 3:11)로 영원 전부터 계셨고, 영원히 계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말한다. 

알파와 오메가요, 영원자이신 하나님은 인간과 같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개념으로 시간을 보시는 것이 아니라 베드로후서 3:8, “주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은 이 한가지를 잊지 말라” 말씀처럼, 태초부터 영원까지의 시간을 ‘영원한 현재적 관점’에서 알고 주관하고 계신다. 

그런데 성경은 과거, 현재, 미래로 흐르는 수평적인 시간 속에서 특별한 의미가 주어진, 하나님이 정하신 시간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가복음 1:14-15의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이르시되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에서 “때가 찼다”의 ‘때’는 헬라어로 ‘카이로스(καιρός)’이다. 

카이로스는 일반적 시간을 뜻하는 호라(ὥρα)와 날을 뜻하는 헤메라(ἡμέρα)와 같이 시간과 때를 나타내는 명사로 쓰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때가 찼다”의 말은 단순히 물리적 시간의 때를 나타내는 단어가 아닌, 전 인류에게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하나님이 정하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고대 철학자들과 시인들 사이에서는 카이로스가 운명에 관한 특별한 기회나 결정을 짓는 시간으로 쓰였다. 그리고 신약성경에서 쓰인 카이로스는 하나님의 구속사에서 구원과 종말에 관한 하나님이 정하신 때를 말씀하고 있다. 

요한복음 7장에 예수님의 형제들이 예수님께 “자신을 세상에 나타내소서”(요 7:4)라면서 초막절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것을 독촉하지만, 예수님은 “내 때가 아직 차지 못하였으니 나는 이 명절에 아직 올라가지 아니하노라”(요 7:8)라고 말씀하신 것이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있어 정하신 하나님의 때를 나타낸다. 또 마태복음 26:18b, “내 때가 가까이 왔으니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네 집에서 지키겠다 하시더라 하라 하시니”라는 말씀에서의 때도 하나님의 뜻을 실행하고 성취하는 하나님이 미리 정하신 시기를 말한다(엡 1:9). 예수님은 공생애 동안 세상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고자 하나님의 정하신 때를 기다려 순종하시어 카이로스 시간에 따라 사신 것을 알 수 있다.

카이로스에 따른 삶을 살도록 말씀하는 대표적인 구절이 에베소서 5:16-17이다. “세월(원어-카이로스)을 아끼라(redeeming 구원하라, 구하라) 때(원어-헤메라)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 계속 흘러가는 헤메라에 사는 이 세상은 악하다. 이 흐름에 허송세월하게 되면 어리석게도 세상의 흐름에 따라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죄짓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인 타임”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시간이 생명과 돈이라는 소재로 다룬 내용이다. 시간을 돈처럼 쓰는 세상에서 시간이 ‘0’이 되면 죽게 된다. 시간이 많은 자와 없는 자의 삶이 확연히 다르다. 시간이 많은 자는 느긋하게 시간을 쓰지만, 시간이 없는 자는 시간이 아까워 뛰어다니며 사람들에게 시간을 구걸하기도 한다. 그들은 시간을 쓰고 시간을 더 가지려는 목적으로 시간을 빼앗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그들에게 시간은 악하게 작용한다.

성경은 헤메라의 일반적 시간 속에서 사는 삶이 아니라, 카이로스의 시간을 구하며 살라고 말씀한다. 수평적인 흐름의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며 사는 것이 아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수직적이고, 초월적이며, 영적인 시간인 ‘영원한 현재적 관점’에서 사는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 영원한 현재적 관점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관념을 초월한 영존하신 하나님의 관점에서의 시간을 의미한다. 

에베소서 5:18은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고 말씀한다. 세상에서 흘러가는 시간에 쫓기는 어리석은 자가 아닌,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하나님의 궁극적인 계획과 목적을 알아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순종하며 살라고 말씀한다.

헨리 나우엔은 노트르담, 예일, 그리고 하버드대학교에서 가르치며 높은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후년에는 예수님처럼 낮은 곳으로 가기를 선택하여 중증장애인 공동체 집에서 10년간 생애를 보냈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많은 사건과 만남, 그리고 상황 속에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과의 신비한 상호작용으로 하나님의 뜻을 알 때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소명과 사명을 이루게 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일상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순종해 가면, 하나님의 시간 안에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헨리 나우엔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 마음속 충동과 동기를 꼼꼼히 살피어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로부터 우리를 더 멀어지게 하는 안은 어느 것이고 더 가까워지게 하는 안은 어느 것인지 알아내려 했다고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깨달아 알아 하나님이 정하신 때, 카이로스에서 살아가기를 원하신다. 히브리서 4:16의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말씀에서 “때를 따라”의 “때”는 헬라어 ‘유카이론’으로 ‘좋은’ 혹은 ‘옳게’를 뜻하는 ‘유’와 ‘카이로스’가 합쳐진 합성어로 ‘적절한 시기’를 나타낸다. 하나님은 우리가 주의 자비와 은혜를 필요로 하는 때를 아실 뿐만 아니라, 돕는 은혜를 정확한 때에 베풀어 주심을 말씀하고 있다. 하나님이 정하신 카이로스의 시간은 정확한 때이고 완벽한 타임이다. 하나님의 약속은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일어나기에 영원한 현재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미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진 영원한 생명을 소유한 하나님의 자녀로 하나님과 함께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주의 일을 할 때, 내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여 절대 낙심할 필요가 없다. 세상의 시간적 관점에서는 불가능이고 포기해야 하는 시점일지라도, 내 나이와 시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정하신 시기에 이루신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나의 삶이 정확한 하나님의 때에 정확한 하나님의 뜻이 있는 곳에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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