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방문중입니다. 몇 년 만에 와보는 서울은 빠른 도시답게 그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관광객들이 많다는 것이 그 중 하나. 관광하기 좋은 계절인데다 한류의 영향 때문인지 외국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고궁에서 만난 여행객들에게 사진 찍는걸 도와주는 일도 재미있었고, 시내에서 길 안내를 해주는 일도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대한 바른 이해와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가끔은 의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곳에서 서성거리나’ 싶은 외국인을 볼 때입니다. 갈 곳, 볼 것, 먹을 것이라고 추천하기에는 너무 아니다 싶은 곳에서 만난 여행객들, 정보가 없어서였을까요? 아니면 잘못된 정보 때문이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여행사나 인터넷의 정보에 따라 여행하는 그룹들에게도 일어납니다. 마케팅에 의해 관광 코스가 정해지는 경우엔 로비와 수익 배분에 따라 들러야 하는 식당이나 쇼핑 가게가 많다고 합니다. 유명 블로거나 조회 수 높은 SNS의 말만 믿고 인파가 몰린 곳을 정작 원주민들을 고개를 젓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자기 관심사대로 찾아가고 나름대로 감동을 얻는 것에 대해 오지랖을 떨 이유는 없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일생에 한 번일 수도 있는 한국 방문을 저렇게 마칠까 봐 안쓰럽고 걱정스럽기까지 합니다. 안쓰러운 것은 한국의 문화와 현실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할 것 같아서이고, 걱정스럽다는 것은 그 경험만으로 한국에 대한 인상과 평가가 이루어질 것 같아서입니다. 

성경의 세계와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신자 교육을 받거나 제자 훈련받으면서 배우는 대표적인 성경 구절들이 있습니다. 기본적이고 중요한 내용이지요. 관심도와 열정이 가장 높을 때의 배움이기에 그 사람의 신앙형성에 적지 않게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잘 못 알려지거나 중요성이 과도하게 강조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학습자를 신앙의 오류에 빠져들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을 일주일 방문한 사람이 한인 사회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한다면, 이민 생활을 50년 한 동포의 마음은 어떨까요? LA 거리를 하루 둘러보고 미국 정치와 사회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미국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여행자가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던지 상업주의가 섞이지 않은 올바른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여행자는 자신이 지금 보고 경험한 것이 한국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성경의 세계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의 개인적 경험으로 다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신앙인들은 때때로 용감하게 단정적입니다. 개인적 체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넓이보다는 깊이를 강조하는 경향이 짙어서 고민하고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을 정죄하기조차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상업주의에 오염된 성경교사들(맘모니즘에 물든 목회자들)이 문제를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성경 표현을 암송 구절로 각인시키기도 하고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나 기록자와 수신자에 대한 상황 설명도 없이 성경의 사건과 메시지를 편협하게 해석해주기도 합니다. 

하나님 나라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하나님 나라를 설계하고 경영하고 있는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그런 성경 여행의 현실들이 얼마나 안타깝고 걱정스러울까요? 조언하고 싶습니다. 기왕에 성경의 세계, 하나님 나라를 체험해보기로 했다면, 한번만이 아니라 여러 번 탐험해보기를 권합니다. 한 번으로 알 수 있을 만큼 성경의 세계가 좁거나 단순하지 않답니다.

그리고 다양하게 경험해보기를 권합니다. 인기 있는 한 두 권 또는 한두 명의 안내자에 국한하지 말고 더 많은 검색을 해보아야 합니다. 때로는 성경의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유명하진 않지만, 진짜를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접해보길 권합니다. 영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곳의 거주자들과 대화해보기를 권합니다. 관광객이 아니라 탐험가가 되어 보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유명세에 가리워졌던 성경의 보석 같은 메시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복음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영영 그곳에서 살고 싶어질 것입니다.  

* 편집자 주 - 곽성환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과 동 대학원, 풀러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바울사역원 PMI 원장이다. 유튜브로 매일 성경 묵상 프로그램 “일일텐”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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