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 이민 교회와 현지 교회와의 상생과 공존의 은혜

손태환 목사 | 시카고기쁨의교회 담임 이민 목회로 부름을 받아 시카고 기쁨의 교회에서 세 가지 키워드 ‘묵상, 일상, 세상’을 붙들고 목회하며 살고 있다. 
손태환 목사 | 시카고기쁨의교회 담임 이민 목회로 부름을 받아 시카고 기쁨의 교회에서 세 가지 키워드 ‘묵상, 일상, 세상’을 붙들고 목회하며 살고 있다. 

1.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게 된 소감이 어떠신지요?

교회 역사 10년이 누군가에게는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교회가 세워져서 10년을 은혜 속에 걸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큰 갈등이나 문제없이 10년을 지나왔고, 지난 팬데믹을 통과하면서는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요즘 같은 시절에 어린 자녀들이 점점 많아지는 교회가 된 것도 그저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2. 뉴저지에서 시카고로 이주해 오셨는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벌써 시카고로 온 지 6년 차가 되었네요. 처음 시카고행을 결심했을 때 여러 이유로 주변에서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돌이켜 보니 '오기를 참 잘했다' 싶습니다. 마음 착한 성도들과 행복하게 목회하고, 주변에 뜻 맞는 동역자들과 함께 곤경에 처한 이민자들을 돕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3. 이번에 예배당을 구입하는 과정이 매우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작년 초, 저희 시카고기쁨의교회가 예배 처소로 빌려 쓰고 있는 홀리 트리니티 루터란 교회가 다른 교회와 합병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인이 줄고 고령화되면서 이대로는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시카고기쁨의교회  본당
시카고기쁨의교회  본당

루터란 교회의 결정에 따라 우리 교회의 거처도 달라질 수 있기에 고민하다가 저희 쪽에서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에게 예배당 소유권을 넘겨준다면 언제까지든 여러분이 이곳에서 지금처럼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건물 사용료(대여비)는 받지 않을 것이고, 예배 시간과 장소를 그대로 쓰시고, 노인 교우들의 예배당 접근이 어렵지 않도록 힘쓰고, 무엇보다 귀 교회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교회 간판도 그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도하며 생각한 건 한 가지였습니다. 한인 교회가 죽어가는 미국 교회를 "잡아먹는" 방식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되며, 두 교회가 주님의 몸 된 교회로서 서로를 신뢰하면서 함께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쇠약해진 저들의 모습이 훗날 우리의 모습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루터란 교인들이 저희의 제안을 듣고 깜짝 놀라고 감격했고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다른 교회와의 합병 계획을 취소하고 저희 제안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심지어 저희가 제시한 말도 안 되는 가격도 받아들였습니다. 루터란 교회와 우리 교회 모두 만장일치로 박수와 환호 속에서 이 일이 성사되었습니다.

4. 이번 창립 10주년 기념 및 헌당 감사 예배 참석에 대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오셔서 함께 예배하며 축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는 3월 3일 주일 오후 4시이고, 예배 장소인 교회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시카고기쁨의교회 2328 Central Rd. Glenview, IL 60025

5. 10주년을 맞는 올해 목회 중점 사항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우리 교회 표어가 "주님의 몸, 이웃의 봄"입니다. 예배당이 생기면서 건물 유지가 목회의 중심이 되지 않기 위해 교회가 우리 주님의 몸이라는 사실을 더욱 기억하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교회가 이 어지러운 시대 속에서 이웃들에게 희망의 봄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 묻고 기도하면서, 선물로 받은 이 예배당을 하나님께 기쁨이고 이웃에게 희망이 되는 일에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성도님들과 크리스찬저널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 쉽지 않은 시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희망을 말하려면 멈칫하게 됩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희망이 외로운 때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복음 안에서 여전한 희망을 봅니다. 저기 오고 있는 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제자의 길을 명랑하게 걸어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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