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원 목사  |  로고스선교회 회장

예수께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향해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하셨다(마 5:13-14). 모름지기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로마 정권 치하에서 각박했던 삶으로 인해 이웃을 돌아볼 만한 여유도 없이 자신의 유익과 몫만 챙기기에만 분주했으리라 사료된다. 더구나 당시 예루살렘 성전의 지도자들조차 백성들의 간을 빼먹듯 성전에 바칠 제물로 온갖 횡포를 부리며 성전을 “강도의 소굴”(눅 19:46)로 만들었고 세리들은 적정한 세금 외에 몇 곱절을 붙여 가난했던 백성들의 피를 말리도록 했다. 

오죽하면 미가 선지자는 “너희가 선을 미워하고 악을 좋아하여 내 백성의 가죽을 벗기고 그 뼈에서 살을 뜯어 그들의 살을 먹으며 그 가죽을 벗기며 그 뼈를 꺾어 다지기를 냄비와 솥 가운데 담을 고기처럼 하는도다”(미 3:2-3)라고 통분을 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백성들도 자신 외에 이웃을 돌볼 만한 여유도 마음도 갖지 못했으리라 생각이 된다. 이렇게 메마르고 피폐해진 마음들 앞에서 주님은 ‘너희는 소금이 되고 빛이 되어라’는 교훈을 하셨다.

만일 주님이 금일 우리 앞에 계신다면 똑같은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소금이 맛을 내려면 자신을 녹여야 비로소 그 효력을 발휘한다. 소금이 자신을 녹이지 아니하고는 오히려 그 날카롭고 예리한 것으로 주변과 이웃에 상처만 주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한 자루의 초가 빛을 내기 위해 자신을 태우고 녹이지 아니하면 그 역할을 할 수 없음도 사실이다. 이렇게 이 두 물질뿐만 아닌 신자들이나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단체나 교회 역시 자신만을 보존하려고 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어 밖에 버려지기도 하며, 심지어 일반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어 짓밟힘 당함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금일 일반 사회에서 신자들과 교회 혹은 단체들이 이기주의라는 혹독한 비난을 종종 듣는다. 특히 대형 교회나 큰 기독교 단체들을 향한 지적이다. 물론 일반 사회가 오해하는 면도 없지 않다. 각박한 사회에서 교회와 기독교 단체, 신자들이 재난이나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반인이나 사회단체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음이 사실이다.

필자는 1960년대에 한국 서울 근교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하며 교회명을 ‘광염’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주변에 교회라곤 한 곳도 없었고 절과 암자가 사방으로 난립이 되어있던 곳이었다. 20대 어린 나이였기에 사회 경험이나 지식도 많지 않은 채 무모하기 그지없던 일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가슴에는 어두움 속에 작은 등불이라도 켜보고자 하는 심정으로 안간힘을 다 쓰며 시작했다. 물론 손에 쥔 것도 없어 맨손으로 시작한 일이라 태워 빛을 낼 것도, 녹여 이웃을 도울 만한 힘도 없었다. 

그러나 60여 년 가까이 흐른 요즈음 그간 주님께서 채우시고 남기게 하신 조각들을 모아 쌓인 것으로 ‘소금과 빛’(SL Christian Foundation)이라는 단체를 조직하기로 했다. 그 옛날에는 녹일 것도 빛을 낼 것도 없었지만, 지금은 쌓이게 하신 것으로 그 역할을 해 보려는 생각에서다. 일단 그 기금이 모이는 대로 우리 로고스선교회와 CMM 회원들을 위해 ‘한국형 건강검진센터’를 발족하는 것이다. 이미 하나님께서 벅차고 과분한 건물을 캘리포니아 지역에 주셨기에 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일 주께서 이 일을 더욱 형통케 하시면 우리 회원들과 지역 사회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우리 후세들을 위한 빛과 소금의 사명과 그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든든한 크리스천 기업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가능한 대로 한국에 있는 건강검진센터 가운데 가장 발전한 모델을 영입함과 아울러 시설 면이나 의료진 역시 가장 우수한 측과 연결하여 최고의 수준으로 운영하도록 할 것이다. 이 일을 위해 우리 준비위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고 있으며, 그간 쌓이게 하신 모든 것을 드려 소금과 빛의 사명을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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