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으로 세계 최대의 스포츠는 축구일 것입니다. “축구가 종교다”란 말이 나올 정도이고 축구 경기가 세계 평화유지와 전쟁 가능성을 낮추는 데에도 기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 축구가 들어온 것은 1882년 고종 때부터라고 합니다. 1954년에 아시아 축구 연맹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현재까지 국제 대회 최고의 성적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입니다.

축구 실력은 국력과 경제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축국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가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기에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유럽 국가들에 프로리그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는 경제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클럽 선수들의 몸값은 현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경제 수준이 그보다 낮은 남미에서의 축구 실력이 유럽 못지 않은 점,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의 축구 수준이 유럽에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중동의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동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전쟁, 난민, 극단주의, 테러 등입니다. 그 지역 한가운데인 카타르에서 아시안컵 축구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중·일이 아시아라고 전부라고 착각하거나 기껏해야 동남아 정도만 아시아적 문화권이라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이번 대회는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축구 실력이 만만치 않음에 놀랍니다. 4강에 진출한 나라는 이란, 카타르, 요르단 중 동아시아권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팀의 4강 진출 과정은 매우 극적이었습니다. 사상 최고의 팀이라는 부심과는 달리 매 경기마다 고전을 경험했고, 예상을 뒤엎는 경기 결과에 응원하는 사람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역전승, 연장전 승의 경기가 이어지면서 “중꺾마”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퍼졌습니다. 검색해 보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뜻이더군요. 운동경기에서든, 인생에서든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젖 먹던 힘까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죽기 살기로” 끝까지 하다 보면 원하는 결과가 맺어질 수 있음을 한인들은 물론 세계인들도 느낀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법칙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극적인 승리가 연속되자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우승이라는 최종 결과를 당연시하던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주인공들에 대한 영웅화가 도를 더해지고 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승리할 것이라는 압도적인 예상과는 달리 한국팀은 요르단에 완패하고야 말았습니다. 피파 랭킹(23위 vs 87위)나 이전 전적(3승 3무)이 절대적 의미가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극적 경험의 연속이 모두 신화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매 경기 결과에 따라서 지지와 비난이 극단적으로 바뀌고 간절한 바람을 실현된 현실로 착각하며 우쭐대기만 한다면 부러움은 한순간 조롱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역사적 인물이 마지막에 비극적인 모습이 된 예는 성경과 세계사의 부지기수입니다.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상대 팀을 얕잡아보는 판단도 안 되지만 한 두 경기 잘못했다고 자기 팀 선수들을 과도하게 비난하고 악성 댓글을 다는 것도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가 어디 있을까요?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고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인생사입니다. 중꺽마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지 중꺽마의 사람이나 결과를 영웅시, 절대시하는 것은 정도껏이어야 합니다. 높아진 자가 낮아질 수 있고 약한 자가 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세상의 원리임을 잊지 말고 사십시다.

* 편집자 주 - 곽성환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과 동 대학원, 풀러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바울사역원 PMI 원장이다. 유튜브로 매일 성경 묵상 프로그램 “일일텐”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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