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가 선교사(볼리비아)
 

룻 동역자의 병 진단 이후 나와 룻 동역자의 위치는 갑자기 바뀌게 되었다. 남편에서 보호자의 위치가 되었다. 병원에 갈 때나 평소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그렇게 되었다. 계단에서 내려올 때 손을 잡아 주는 것,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것, 혹은 식사 전이나 식사 후에 설거지를 하는 둥의 일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다는 의미가 새롭게 마음에 다가온다. 국립 암센터 진료를 위해서 그곳을 방문하니, 노인분들 가운데도 보호자를 동반해서 오는 분들이있는 반면, 때로 거동이 매우 불편함에도 보호자가 없이 홀로 오는 분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기도한다.

룻 동역자는 여러 번 내가 보호자로 옆에 있어 주는 것이 늘 고맙다고 한다. 나는 옆에서 별로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아플 때 누군가가 함께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큰 위로가 되는 듯하다. 평소에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아프니 더욱 그것 같다.

30여 년의 볼리비아 선교 생활에 하나님은 늘 보호자가 되셨다. 15년 이상, 차가운 현실 속에서, 치열한 삶 속에서, 마치 하나님은 멀리 계시는 것 같았다. 무관심하신 것 같았고 아니 될 듯, 될 듯한 물질 자립 속에서 하나님은 번번이 일을 막으시는 심술 궂은 분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늘 하나님께 입을 삐죽이 내밀고 불만, 불평을 내었다. 

어떤 신자가 하나님께 이런 불평을 터뜨렸다고 한다. 하나님, 하나님은 제가 그렇게 힘들 때 저를 홀로 남겨두고 어디에 계셨어요, 보세요, 제가 홀로 걸어온 저 발자국을…. 이에 하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한다. 저 발자국이 네 발자국처럼 보이느냐, 저 발자국은 내 발자국이느니라. 네가 힘들고 괴로울 때, 내가 너를 내 등에 업고 저 길을 걸었노라고…. 

한 달, 한 달 방세 내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볼리비아에서의 하루하루는 큰 짐을 지고 가파른 오르막을 걷는 것 같았고, 뒤에서 큰 회오리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 바람을 등지고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은 5년여 전 그래도 적은 수입이라고 해도 일정한 수입이 들어오는 현재의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기 전까지 그러하였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내가 홀로 폭풍과 찬 바람을 다 맞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나를 그 품에 안으시고, 그 폭풍과 찬 바람을 함께 맞아주고 계셨다. 마치 모세가 40년 광야 생활 속에서 하나님께서도 그를 버리시고 잊으셨다고 할 때, 그러나 하나님은 불꽃 같은 눈으로 모세를 지켜보시고 매일 매일 그와 함께 하셨다.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듯 보일 때도 여전히 하나님은 일하시고 계신다. 나의 보호자로, 우리의 보호자로 일하시고 계신다. 

오늘 룻 동역자의 수술을 마쳤다. 그런데 복부 쪽에 약간의 전이 증상이 보여, 다시 복부 부분 CT를 다시 촬영한다고 한다. 전이가 되지 않고, 수술로만 완치가 되길 바랬는데, 전이가 되면, 치료 기간과 고통이 더 크고 길어질 텐데… 그래서 수술은 마쳐서 감사함에도, 한편 또 잠시 마음이 어두워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보호자되신 하나님께 다 맡기고 기도해야 한다. 나는 단지 룻 동역자의 공간적, 시간적 보호자이지만, 하나님은 롯 동역자의 모든 생명을 주관하시고 인도하시는 영원하신 보호자이시기 때문이다. 

홀로 볼리비아에서 1인3역을 하면서, 음식점을 관리하고, 이사도 준비해야 하는 마르코 주니어의 보호자도 하나님이시고, 스웨덴에서 교환 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소망이의 보호자이시고, 볼리비아에 있는 하나님의 양 무리들의 보호자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나님이시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그 모든 일들 가운데서 염려하고 걱정하기보다, 모든 것들을 다만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보호자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는 것 뿐이다.

"하나님, 룻 동역자의 수술 이후의 모든 치료 과정괴 회복도 다 영원하신 보호자, 하나님께 맡깁니다. 모든 것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과 살아계심을 나타내 주옵소서."

"광야에서도 너희가 당하였거니와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 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 하나"(신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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