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이 잘 발달되어 있는 다운타운을 제외하고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은 운전으로 시작해서 운전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 바로 앞에 있는 차고에 가서 차의 시동을 걸고 운전해서 직장에 출근한 다음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들어오고 퇴근할 때도 역시 차를 몰고 가다가 마켓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다. 그만큼 한국에 비해 운전하는 시간도 많아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교통사고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필자의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를 보아도 한국이나 미국의 전체 통계를 보아도 교통사고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목 통증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허리 통증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목이 뻐근하고 좌우로 잘 안 돌아간다는 증상이 확실히 더 많다. 교통사고가 항상 목을 향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닐 텐데 왜 이렇게 될까?

이것은 교통사고의 물리적인 특징을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교통사고는 다른 사고와는 달리 사람이 직접 넘어지거나 무언가에 직접적으로 맞은 것이 아니다. 사람은 차 안에 있고 다른 차가 자기 차에 강한 충격을 가하고 그 힘이 차의 시트를 통해 사람에게 전달된, 이른바 이차 충격으로 인한 상해이다. 이 경우 목은 충격에 의해 앞으로 강하게 숙여졌다가 다시 뒤로 튕기면서 바로 그 순간에 목의 인대에 있는 섬유 조직은 강한 손상을 받는다. 마치 라운드 티셔츠의 목 부분을 손으로 강하게 잡아당기면 우지직하면서 늘어나는 것처럼 목의 근육과 인대는 그 순간에 과신전 손상을 받는 것이다.

이것을 편타성 손상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Whiplash injury’라고 한다. 편타 혹은 Whiplash는 ‘채찍’을 의미하는데 말 채찍과 같이 목이 과도하게 숙여졌다가 다시 과도하게 펴지는 움직임으로 인해 근육과 인대가 큰 손상을 받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카우보이가 말을 몰기 위해서 긴 채찍을 들어서 멀리 던져 말의 등을 찰싹하고 때리는 것을 상상하면 왜 이런 이름이 지어졌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교통사고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사고가 난 당일은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하루가 지나서 다음 날이나 이틀 뒤에 처음보다 훨씬 강한 통증이 온몸 구석구석에 발생하는 것이 바로 교통사고 상해의 특징이다. 이는 사고가 난 당일에는 손상은 있지만 아직은 몸 안에 잠재되어 있는 상태이고 그다음 날부터 근육, 인대, 건 손상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자가 치유 과정이 본격적으로 발동되기 때문에 사고 시기와 통증 발생 시기에 이와 같은 시간 차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고를 당했는데 지금 당장은 안 아프니까 쉽게 보고 그냥 방치하면 안 된다. 일단 사고가 났으면 겉으로 보기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일단 검진을 위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다음 날이나 이틀 뒤에 더 아프기 시작하므로 스스로를 잘 관찰하였다가 몸에 통증이 있으면 반드시 변호사, 보험회사, 병원에 연락하여 적절한 치료를 충분히 받아야 한다.

* 이우경 한의사 | 경희대학교 한의학박사
Dr. Winston Lee, Full time practice since 2005
前 자생한방병원 미주분원 대표원장
現 Fullerton, CA 우리경희 한의원 원장
‘척추 관절, 아프지 않고 백 세까지’ 저자
레스토낙 프리 클리닉 캄튼센터 한방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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