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교회들간의 공존과 협력

미국 내 유일한 화교교회를 섬기고 있는 손선지 목사가 중국교회와 한국교회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중국인이면서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 여성과 결혼한 배경을 보더라도, 중국어와 한국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남침례교단에서 교회 개척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력을 보더라도 중국교회와 한국교회, 더 나아가 시카고의 모든 인종들의 교회가 손에 손을 잡고 기독교를 부흥시키는 꿈을 손 목사가 꾸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동안 조심스런 대화와 사전작업을 거쳐, 중국교회 목사들의 모임에서 한국인 목사님을 초청하였다. 5월 6일, Wheaton Chinese Allience Church에서 김광태 목사(시카고제일연합감리교회)가 “한국 교회는 시카고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물론 통역은 손 목사가 맡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지금이 이민자들의 교회가 협력할 때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거리는 좁혀졌지만, 세상살이는 오히려 복잡해졌다. 선교하는 나라였던 미국은 80년대 이후 선교대상지로 바뀌었다. 세속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유럽의 뒤를 이어 미국도 발빠르게 하나님을 멀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도시들은 국제화되었다. 시카고 역시 다민족 다문화가 공존하는 국제도시이다.
우리 교회들은 이런 현실을 도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서로 다른 인종의 교회들이 협력하여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 지금까지 개교회의 성장과 건강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이제는 기존의 생각이나 경계를 넘어 공존과 협력이라는 패러다임 아래 진정한 교회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고 손 목사는 역설했다.

왜 우리는 만나야 하나?

“현재 시카고에는 250여 개의 한인교회와 30개의 중국교회가 있다. 협력 사역을 하기에 알맞은 숫자이다. 동부나 남가주 지역처럼 교회 숫자가 너무 많아도 협력 사역이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한ᆞ중 협력은 넘쳐나는 한국 교회의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본토에서 많은 중국인들이 도미하고 있으나 세속화의 영향을 받아 교회에 나오는 숫자는 극히 적다. 성장해야만 하는 중국교회에게 한국교회만의 독특한 ‘교회에 대한 열정'‘이민사회 속의 교회문화' 그리고 새벽기도와 같은 ‘기도와 영성'을 접목시켰으면 좋겠다.”
“한국교회에 문제가 많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한국교회에는 기독교적 전통이나 형식이 살아 있다. 그러나 중국교회에는 열정도 형식도 없다. 언젠가 한ᆞ중 교회가 부흥집회에서 함께 모여 기도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한편 한국교회들은 중국 선교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긍정적인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열매나 효율성면에서 인력이나 물질의 낭비가 많다는 점을 시인해야 한다. 중국인으로 하여금 중국을 선교하게 한다면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ᆞ중 교회가 중국 선교 현황에 대해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재도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우리는 조선족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잘 아는 조선족이나 화교들이야말로 한인교회와 중국 본토를 잇는 선교의 다리가 될 수 있다. 시카고에만 조선족이 800여 명 살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에서 열심히 일해서 중국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려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제자훈련을 시킨다면 훌륭한 주님의 도구가 되리라 확신한다.”
“이젠 미국이 우리 소수민족교회들의 새로운 선교지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이민 2세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2세의 미래는 어느 인종이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때문이다.
이들이 바른 미래를 펼치고 건강한 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1세 신앙인들이 헌신해야 한다. 1세 목회자들은 2세들의 눈으로 교회의 현실을 바라보아야 한다. 2세들이 원하는 것은 교회 건물이나 기존의 형식이 아니다. 그들에게 신앙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국적의 개념도 없고 1세의 문화를 따라오지 않는 그들이기에, 1세 이민자들은 2세들을 믿어주고, 독립과 자율을 인정해 주면서도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할 건강한 신앙 유산을 물려주어야 한다.”
앞으로
“첫 모임에 이어 5월 안으로 한국 목회자들의 모임에서 중국 목사를 초청하여 ‘현재 중국교회에선 중국 본토 선교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6월 13일부터 2박 3일간 시카고한인교협에서 주관하는 할렐루야 연합집회에도 중국 목사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중국 선교단체의 컨퍼런스에선 한국 목사를 초청하여 컨퍼런스의 한 세션을 맡긴다고 한다. 금년의 주제가 ‘선교'여서 한국교회의 선교 현황을 듣고 의견 교환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ᆞ중 교협의 임원들은 석 달에 한  번씩 회합을 가질 예정이다.  여기서 내 역할은 비전을 제시하고,  한ᆞ중 목회자들을 연결시키며, 필요하면 사역에도 동참하고 통역으로 돕는 일”이라고 손 목사는 한ᆞ중 교류를 개괄해 주었다.

“제3차 은혜의 여정”

손 목사가 이끄는 은혜교회에선 8월 3일부터 5일까지 제3차 ‘은혜의 여정' 부흥집회를 시카고에서 개최한다.  화교 신자들 스스로 기획, 실천한 부흥집회로서 L.A.와 애틀랜타에서의 경험을 확대하여, 다양한 집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틀 동안 중국인을 대상으로 집회를 열고, 마지막 날 저녁 7시에 한인들을 초청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살았으면서 한 번도 감사를 표현해 본 적 없는 화교들이 예배를 통해 한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 뒤를 이어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Youth Conference가 열린다. 이미 청소년들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교회 주변 지역의 미국과 한국 아이들을 모으고, 중국교회에도 초대장을 띄워 멀리 있는 중국 청소년들까지 초대한다고 한다. 2세들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자면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1세로서 그들의 등을 밀어주는 역할만 할 것”이라는 손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ᆞ중 교류에 대해 “우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많다. 서로의 신앙관이나 목회관도 많이 다르다. 그러나 자주 만나면서 서로를 알려고 노력하면서 돕는다면 우리는 큰 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월 15일 인터뷰 기록입니다.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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