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 도움 되는 책 이야기

“거룩한 성경 읽기는 천천히, 조용하게, 그리고 길게 이루어진다. 나는 성경 읽기를 시작하면서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만큼 느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거치면서 사실 나는 속독 선수에 가깝게 훈련을 했다. 이것은 햄버거 빨리 먹기 대회에서 내가 쓴 방법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즉,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고 정확하게 시험지 위에 다시 쏟아 내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성경을 읽는 것은 햄버거 빨리 먹기 대회가 아니다. 우아하고 멋진 대연회와 같다. 눈에 불을 켜고 햄버거 가게를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세련된 레스토랑 음식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다. 그런 요리는 비싸고, 양도 적고, 또 한 입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요리사가 재료들을 정성껏 배합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읽는 연습 58~59쪽)

Real Time Processing(실시간 처리)란 컴퓨터 용어는 데이타를 처리하는 즉시 바로 그 결과가 나오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바로바로’ 내지 ‘빨리 빨리’ 현상은 한국 사람들의 대명사일 뿐 아니라 바쁜 현대인 모두에게 해당된다. 패스트 푸드 음식이 바로 바로 나온다. 비행기나 공연 예약 후 대금 지급이 바로 바로 처리된다. 은행 입출금도 yes 버튼을 누르는 순간 즉시 이루어진다. 글쓴이(Tony Jones 지음, 김일우 옮김)는 현대인의 이러한 ‘빨리빨리’, ‘바로바로’에 대해 이 책의 내용인 성경 읽기 곧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묵상하는 동안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충고는 천천히 하라는 것이다. 서두르면 안 된다. 빨리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사실 천천히 무언가를 하는 것은 내게 너무나 힘들다. 어쩌면 당신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빨리빨리’라는 단어가 보편화되어 있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일을 급하게 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있는 성경 읽기는 반문화적으로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자동차들이 질주하는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성경 읽기는 말이나 마차 같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지만, 성경 읽기는 봉화로 교신하는 것과 같다.(79쪽) 

이 책은 원래의 제목 <Divine Intervention>보다 <하나님을 읽는 연습>이라는 번역이 눈에 잘 들어와 고르게 된 책이다. 내용은 신학교에서 배운 Lectio Divina(라틴어, Divine Reading / 거룩한 책 읽기로 번역)를 말하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신학교에서 배웠다고 무슨 이론이나 사상이 아니며 목사님과 같은 성직자들의 전유물도 더 이상 아니다. 개인 묵상 때는 물론이고 수양회와 같은 단체 모임에서 그룹 묵상으로 많이 적용할 수 있는 성경 읽기 방법이다.

Lectio Divina의 4단계, 1) 반복해  읽기(Lectio;Reading), 2) 깊이 묵상하기(Meditatio ;Meditation), 3) 주님과 대화하기/기도(Oratio;Prayer), 4) 그분의 임재 안에 거하기/관상 (Contemplatio ;Contemplation)을 체계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또, 1)‘읽기’는 천천히 입 안 가득 퍼지는 음식 맛보기, 2)‘묵상’은 맛본 음식을 꼭꼭 씹듯 마음 속에서 여러 번 돌아보는 것으로 비유한다. ‘읽기’는 ‘묵상’으로 이어지는데. 본문을 반복해서 읽으면 어떤 특정한 단어나 구절에 사로잡히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개인적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읽기와 묵상 단계에서 우리를 사로잡는 단어나 구절에 집중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3) ‘주님과의 대화’는 팔을 들고 서서 듣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는 기도로, 4)‘주님의 임재 안에 거하는 것’은 어떤 활동보다는 몸과 마음의 평온함으로,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들었던 마리아의 모습에 비유한다.

성경 묵상 QT에 관한 책 소개를 준비하면서 같은 주제의 책들을 새삼 참 많이 보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미 한두 가지 이상의 책들을 접해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방법을 제한하거나 우상시하기보다 무엇이든 한 가지를 선택해서 꾸준히 실천해볼 것을 권장한다. 글쓴 이는 Lectio Divina가 중세 수도원에서 시작하여 오래된 것이지만 오늘날 새로운 성경 읽기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별히 Lectio Divina를 통해 ‘살았고 운동력 있는 말씀’(히4:12)이 내 삶에 역사하기를 소망한다.

* 다음은 Lectio Divina를 필자가 그룹 성경공부 때 사용하고 있는 지침이다. 원래의 2/3단계를 합쳐서 적용하는 것은 역시 ‘빨리빨리’ 습관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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