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미국 시카고의 서이식(Isaac Suh) 목사님이 췌장암 투병 끝에 돌아가신 슬픈 소식이 있었다. New World Leadership Foundation 사역을 통해 부모 교육, 부부 교육, 청소년 리더십 개발 등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을 펼치셨고, 많은 사람이 기대했듯이 하실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은 서이식 목사님께서 역점을 두셨던 리더십 개발과 관련해서 당신께서 추천해 주셨던 책을 골라 소개한다. 『The Making of A Leader』라는 기독교 리더십 분야의 고전 중 하나로, 목사님이 저자의 이름 로버트 클린턴(Robert Clinton)을 말씀하셨을 때 평소 호감이 가지 않던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이 언제 리더십 책을 펴냈던가? 잠시 착각했던 웃지 못할 기억이 난다(‘88년에 쓰여진 책. 한국에선 93년에 번역되었고, 2008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영적 지도자 만들기』라는 제목보다 리더십 개발이 하나님의 인도 가운데 이루어지는 평생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하나님의 지도자 되어가기』라는 제목이 원래의 뜻을 더 잘 전달하는 것 같다.)

해군 장교와 엔지니어 경험을 거쳐 풀러 신학교, 세계선교 분야의 교수로 일한 저자는 약 6년에 걸쳐 수백 명의 사례를 돌아보고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리더십은 하나님이 주신 역량을 받은 리더가 하나님의 목적을 위해 특정 그룹의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역동적 과정이다; Leadership is a dynamic process in which a man or woman with God-given capacity influences a specific group of God’s people toward His purposes for the group.’(14쪽, 서문)

위 정의에는 직책(position)이나 직위(title)를 첫째 요소로 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목사, 장로, 집사와 같은 직분 이전에 하나님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 리더십이라는 말이 나오면 ‘나는 아니야! 나는 못해요!’ 라면서 뒤로 물러서는 분들이 늙었다고 안 되고, 어리다고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가 리더/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이 책을 곱씹어 볼 일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일반 사람들을 리더/지도자로 길러내는 과정(process), 방식(pattern)과 원리(principle)가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소개한다. 먼저, 일반적인 과정과 방식 여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The Generalized Time-Line).

1. Sovereign Foundations; 하나님이 가족이나 주위 환경 또는 특정 사건을 통해 각 사람에게 리더가 되는 기초를 닦으신다. 사실 우리가 막연하게 지나쳤거나 사소하게 여겼던 일들이 우리를 리더로 세우시기 위한 하나님의 개입이었다는 것이다.
2. Inner-Life Growth; 신앙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려면 정직성을 초기부터 갖추어야 한다. 이외에 하나님 말씀에의 순종, 지도자에 대한 순종이라는 요소들이 있다.
3. Ministry Maturing; 1, 2를 거쳐 리더의 역할이 시작되는데 사역에 얼마나 성실한가? (faithfulness) 하는 것이 3단계의 척도가 된다. 현재 일하고 있는 것이 작고 하찮을지라도 성실하지 않으면 미래의 큰 일, 보다 가치 있는 것에 성실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리더는 사역 시작(entry), 훈련 (training), 관계 배움(relational learning), 분별(discernment)이라는 단계를 통해 리더십을 기르게 된다.
4. Life Maturing; 사역이 기술이 아닌 인격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실감하고 하나님을 더욱 깊이 의지한다(‘Ministry flows out of being.’). 삶의 성숙은 어느 하룻밤의 훈련을 통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고립(isolations), 갈등(conflicts), 생의 위기(life crisis) 등을 잘 통과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지은이 자신이 늘 옳은 것을 주장하고 융통성이 없던 시절, 한 선교단체에서 쫓겨나는 경험을 통해 누구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돌리기보다 하나님이 주신 성숙의 기회였음을 깨닫는 부분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예이다.
5. Convergence; 성숙을 지나 이제 각자의 은사와 경험에 알맞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사역의 효과가 높아진다. 그 동안의 훈련들이 통합되는 단계라고 하겠다.
6. Afterglow or Celebration; 이 단계에까지 이르는 것이 흔치 않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하루 주어진 과제를 잘 마치고 저녁 놀을 바라볼 때의 즐거운 느낌처럼 축하하는 단계이다. 리더가 사역의 열매를 보며 기쁨을 누리는 단계라 하겠다. 

다음으로 원리와 관련해서  Warren Wiersbe(침례교 신학교의 설교학 교수)의 글이 웅변적으로 잘 소개되어 있다.‘방법은 많지만 원리는 몇 안 되고, 방법은 늘 변하지만 원리는 불변! Methods are many, Principles are few. Methods always change, Principles never do... 나는 방법 뒤에 있는 원리를 이해할 때까지  결코 방법을 응용하지 않는 것을 배웠다. I learned never to adopt a method until I understood the principle behind it’(192-3p).

이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리더가 가져야 할 사역의 철학/원리는 성서적인 리더십 가치를 존중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도전을 품으며, 사람들의 독특한 재능과 개별적 성장에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리더가 마지막을 잘 마치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 부분에서 언급한다. 1. 많은 사람이 중도 탈락하고, 2. 대부분은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3. 잘 훈련 받은 사람은 소수이고, 4. 계속해서 잘 성장하고 잘 마치는 리더들은 일부인데 2와 4가 바뀌어야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내가 속한 그룹에서 나의 리더십이 어떠했는지 잠시 돌아본다.  

서이식 목사님은 리더십 개발을 통해 우리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비전을 발견할 때라고 말씀하시며‘discover’라는 용어를 사용하셨다. 흔히 사기업이나 일반 조직에서 비전을 만든다(make)고 하는 것과 비교되는 기독교적인 가치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오늘 책  제목의 making이라는 용어는 사실 본문을 보면 developing을 말하고 있다).

나아가 하나님께서 주신 각자의 사명과 삶의 핵심 가치를 발견하라고 강조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추천해 주신 책자를 통해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풍성한 삶을 살도록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는데 당신 삶의 비전을 발견하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느냐고... 당신 하나가 잘 되는 것을 넘어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지도자가 되라고...  많은 사람들이 서이식 목사님의 훌륭한 뜻을 기리지만 정작 목사님은‘나를 기릴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런 삶을 사시오. 당신 안에 하나님께서 주신 그 비전을 따라 말이오’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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