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들이나 사물들이 지금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기 바라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상실은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어려운 배움 중 하나입니다. 상실감에서 얼른 벗어나려고 애쓰고, 때로는 그것을 미화시켜 보기도 하지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이나 사물과의 헤어짐은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곁에 없다는 사실이 언제나 마음을 성장시켜 주지만은 않습니다. 때로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고독감과 공허를 안겨 줍니다.” (4장 ‘상실과 이별의 수업’중에서 88~89쪽)

지은이는 ‘많은 결혼식에 가서 춤을 추면 많은 장례식에 가서 울게 된다’(85쪽)라는 유대 격언을 소개한다. 나에게 친구가 많다면, 그만큼의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친구뿐인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상실)을 경험한다. 때가 되어 조부모, 부모님이 돌아가신다. 백년해로하자며 결혼했건만 배우자 중 한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먼저 보낸다. 때로는 순서가 바뀌어 자식을 먼저 보내기도 한다.  마리아가 십자가에 달리신 아들 예수님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떠했을까?(요한복음 19:25~27)

오늘 소개하는 책 『인생수업(Life Lessons)』은 죽음을 앞둔 수백 명의 사람들과의 대화를 사랑, 관계, 상실, 이별, 용서, 치유 등 여러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 형태로 풀어썼다. 인간의 죽음에 대해 연구하고, 일종의 호스피스 활동을 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빗 케슬러의 공동 저작인데, 살아 있는 사람들이 명심해야할 인생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평이한 주제이지만 여러 번 곱씹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 기독교정신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신앙에 적용하는 것은 읽는 이들의 몫으로 돌린다. 이번 호에는 4장 ‘상실과 이별의 수업’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죽음은 한 번 정해진 것, 또 죽은 자는 더 이상 말이 없다. 그래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 상실과 이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가 남는다. 먼저 엘리자베스의 또 다른 저서 『On Grief and Grieving』를 통해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된 것을 안 사람들이 거치는 심경의 변화 5단계를 소개한다.

1단계 부정(denial)은 “그럴 리가 없어.” 하는 일종의 충격 속에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는 것이다. 2단계 분노(anger)는 “왜 하필이면 나인가?”하며 종종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화를 표출한다. 그래서 당사자는 물론, 옆에 있는 가족이나 병원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무척 힘든 시기이다. 주변 사람들은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비이성적인 분노도 받아주어야만 한다.

3단계 타협(bargaining)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조금 미루고 싶은 일종의 협상이다. “하나님, 나를 데려가시려거든 조금만 더 도와주십시오.” 자신의 과거 선행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면서 잘못에 대한 회개가 이루어진다. 또, 무엇무엇을 하겠다거나 무엇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하기도 한다.

4단계 절망(depression)은 더 이상 자신의 죽음을 부정할 수 없을 때이다. 주위에서 슬퍼하지 말라고 말하기보다 함께 있으면서 자신의 슬픔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더 필요한 시기이다.

5단계 수용(acceptance)은 마음의 평화를 찾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시기이다. 이제 혼자 있고 싶어 하고, 가족들이나 사회의 뉴스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다. 힘주어 손을 한 번 잡아주고, 사랑스레 얼굴을 바라 보는 것들이 그 어떤 말보다도 많은 의미를 전할 수 있다.

우리의 초점인 상실(주로 가족 등의 죽음)을 겪고 남아있는 사람들 역시 상실에 대해 다섯 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다섯 단계를 모두 거치치 않을 수도 있고 반응이 항상 순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한 단계를 반복적으로 겪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5단계를 다르게 경험하지만 한 가지 공통은 시간이 많은 것을 치유한다는 점이다. 상실의 감정이 복잡하든 단순하든 각자 자신의 시기에 자신의 방식으로 치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실의 경험을 통해 살아 남아있는 자들이 성장한다. 처음의 고통 후 결국 더 강해지고, 더 온전한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이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먼저 상실을 느끼고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해야 합니다. 상실을 부정하는 시간을 갖되, 자신이 느끼는 것이 정상적인 감정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통을 겪는 것만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때가 되면 그것을 이해할 것입니다... 상실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부분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자기 자신의 진정한 부분, 사랑하는 이들의 진정한 부분을 당신은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당신이 느낀 사랑과 당신이 준 사랑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103쪽)

신앙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법, 내가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면 죽음을 수용하고 나아가 떠난 이들로부터 받은 인생의 교훈들을 잘 새길 일이다. 또 내 주위에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아파하면서 잘 위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어느 누가 영원히 살아 죽음을 만나지 않으리이까? 저승의 갈고랑이에서 제 목숨을 구할 자 있으리이까?” (시편 89:48)

“이삭이 리브가를 인도하여 모친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취하여 아내를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모친 상사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 (창세기 24:67)

* Elizabeth가 죽음에 관한 연구한 저서 중 ‘죽음과 죽어감 On Death and Dying’을 비롯해 한국어로 여러 가지 번역되었다. 영어자료는 저자들의 웹사이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www.elisabethkublerross.com www.davidkessl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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