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그 날도 신문을 펼쳤는데 큰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시골 초등학교 학생들이 집단식중독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수십 명이 병원에 실려 가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그 가운데 몇 아이는 고열이 나고 목숨을 잃을 위험도 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음식을 납품한 회사 이름이 ‘만나식품’이었습니다. 이 이름을 보는 순간 나 예수는 소름이 확 끼쳐 왔습니다. ‘만나’가 무엇인지 성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알지 않습니까? 조상들이 광야에서 사십 년 동안 먹었던 음식, 하도 신비하여 ‘이것이 무엇이냐’고 서로 물었던 것이 바로 만나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원인을 조사해 보니 음식에 독성 방부제를 넣은 것이 화근이었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장으로 뛰어갔습니다. 밖에서는 사진 찍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손가락질 하며 욕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안에서는 눈을 부라리며 이것저것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관들로 복작거렸습니다. 주인부부는 겁에 질린 채 어쩔 줄 몰랐습니다.  나 예수는 구경꾼의 하나인 것처럼 팔짱 끼고 서성거리며 기다렸습니다.
얼마 뒤 모든 사람들이 떠나가고 그 부부만 남았습니다.

     “걱정이 태산 같으시죠?” “재수 없게 걸려들었네요.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닌데.” “예수 믿으시나 봐요. 만나식품이라고 이름 지은 걸 보니까요.”“아닙니다. 이웃집에 예수쟁이 한 가정이 있어 전도는 가끔 받지만 저는 교회당엔 안 갑니다. 그래도 만나식품이라고 지은 건 그 친구 덕택입죠. 개업할 때 선물로 지어준 이름이니까요.”
   이 때 그 부인이 끼어들었습니다.  “그래 내가 뭐랬어요. 만나는 음식만 팔자고 했지요. 내 말 들었으면 이런 사고는 안 생겼잖아요.”

   그러면서 부부는 한숨을 길게 내 쉬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누구시던가요?”“제가 바로 만나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요 우유라고 할 수 있지요.”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나 예수가 혹시 약간 머리 돈 놈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그 눈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조금 더 성경말씀을 풀어주었습니다.  “만나는 성경에 나오는 음식이름입니다. 창조주께서 주신 음식이었지요. 그런데 몇 백만 명이 40년 동안 먹었어도 한 사람도 배탈 나거나 설사 한 일이 없답니다. 건강식이었지요.” “그런 음식을 우리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어요? 이런 꼴 또 안 당하게요?”
     “아니오. 돈 주고 사지 않고 거저 받을 수 있습니다. 나 예수의 살과 피가 바로 만나인 걸요. 그래서 예수쟁이가 되면 무슨 식품을 팔든지 그것이 곧 내게서 받은 살과 피를 선물한다는 심정으로 사업을 하게 되지요.” “좀 어려운 말씀이네요. 그러나 감사합니다. 우리 부부도 그 이름 지어준 친구와 함께 교회에 나가 더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살과 피를 나누어 주는 심정으로 만나식품을 경영하겠습니다.”
   나 예수는 그들 부부의 눈에서 찜어내리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나만주의’라는 죄악을 씻어내는 눈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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