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나 예수도 시장에 가는 것을 즐겨합니다. 굳이 이유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재미가 있을 뿐입니다. 또 사람공부 하는 데는 시장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 날도 수원에 있는 어떤 시장에 갔습니다. 좁은 골목인데도 노점상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북적거리는지 발 디딜 틈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자기 물건 사가라는 장사꾼들 외침에 온통 시끌시끌했습니다. 특히 추석때가 가까운 대목시장이었습니다.
그냥 구경만 다녀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생선 몇 마리를 샀습니다. 갈릴리 시절부터 워낙 좋아하는 것이 바로 생선이었지요. 조기와 갈치 그리고 뱀장어였습니다. 과일 종류가 많다는 점에서는 모국 이스라엘은 도저히 한국을 따라잡기가 어렵습니다. 거기는 기껏해야 포도와 무화과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올리브 열매가 특히 많지만 그걸 과일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수원시장만 해도 감, 사과, 배, 포도, 귤감, 복숭아, 자두, 참외, 수박....이런 싱싱한 과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정말 축복의 땅입니다. 그래서 과일도 몇 개 샀습니다. 창자까지 시원하게 하는 배 그리고 고향 생각 나게 하는 포도였습니다.
이것 저것 구경하며 몇 가지 사들고 다니다 보니 시장을 자연스레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려고 조금 걸어가는데 사과상자 위에 배 몇 개를 놓고 파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물건 사라는 말도 않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왜 시장에서 파시지 여기다 장사판을 벌이셨어요?”할머니는 그 때서야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데 눈빛이 초롱초롱했습니다. 조는 눈이 아니고 기도한 눈인 것이 확실했습니다.
“에그 청년, 이 배는 저기 저 큰 가게에서 받아다가 파는 건데 시장에서 팔면 안 되지. 또 자릿세도 많이 내야 하고...”나 예수는 그 말 듣고 할머니가 불쌍해서 몽땅 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배가 열 개였습니다. 그래서 값을 물어 보고 조금 더 얹어 드렸습니다.
“애고야, 이리 고마울 데가 있나? 손주가 성경도 배우고 영어도 배운다면서 그런 성경 사 달라기에 장사를 나왔지. 그래서 기도한 거야, 시장에서 추석 물건 다 샀는데 그만 배를 빠뜨린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구...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이 청년을 보내 주셨네. 우리 하늘 아버님은 참으로 고마우신 분이셔.”
할머니는 그렇게 간증하며 과일을 바구니에 담아 주셨습니다. 간증을 듣고 나니 나 예수는 마음이 무척 흐뭇했습니다. 그래서 고아원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할머니에게서 산 것과 시장에서 산 것을 합쳐 모두 그 문 앞에 남몰래 놓고 왔습니다. “이 배를 먹는 고아마다 이 배보다 더 크고 더 맛 좋은 열매를 맺게 하시옵소서.”그런 기도도 과일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필자 주> 예수님을 1인칭으로 하여 한국말로 쓴 글은 아마도 처음 시도되는 것 같아 의아해 하시는 독자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로 된 저작물에는 예수님을 1인칭으로 하여 쓴 예수님의 자서전이 있으며 읽을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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