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평양에 정권이 교체되고 있다. 김정일 정권에서 김정은 정권으로 바뀌는 중이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통치권이 이양된 것이 첫번 정권교체라면 이번은 두번째가 되는 셈이다. 남쪽에서는 10번이나 더 바뀌는 동안 북쪽에서는 단 두 번만 정권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한다면 평양정권은 아직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얼굴 모습도 비슷한 것처럼 정치도 거기에서 거기일 뿐이다. 바뀐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사람 이름만 달라졌다고 정권교체라 하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북조선의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여전히 쇄국정책을 고수할 것이고, 가난에 허덕일 것이며, 선군정치를 앞세워 핵무기를 개발하는 일에 혈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권은 조금도 개선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아니, 정권을 손아귀에 성공적으로 틀어쥐기 위하여 오히려 더 옥죌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의 기본자유와 권리 가운데는 ‘신앙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진정 북조선을 이끌고 갈 젊은 선장이 신앙의 자유를 중국만큼이라도 보장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러나 매우 비관적이다. 언론의 자유, 단체조직의 자유도 증진시키기 어려운 판에 종교의 자유까지 폭을 넓힐 수 있을까. 이북 땅을 통치하는 것은 김일성 삼대가 아니라 ‘김일성교’라는 종교체제이다.

그런데 종교는 이단을 용납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르침이 ‘사랑’ 심지어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우리 기독교도 이단에 대하여는 가혹하게 씨를 말리려 했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지 않은가. 평양정권도 그 출발부터 지금까지 종교 중에서도 기독교를 철저히 탄압해온 피의 역사를 써 오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는 씨를 말린다 해서 씨가 마르지는 않는다. 우리는 북조선 땅에 기독교 신자들의 순교의 피가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순교의 피가 떨어진 곳에 기독교 신앙이 부활될 것을 믿는다.

평양정권에는 경고의 말을 포기할 수가 없다. 기독교신자들의 생명을 이 이상 학대하지 말라. 몇 개의 전시품 교회에 그치지 말고 ‘인민신자’들이 자발적으로 교회를 세우도록 어서 속히 허락하라.
평양정권이 이런 주장을 들으면 남쪽으로 내려갈 신자는 아무도 없다고 잡아뗄 것이 뻔하다. 그러나 그것은 손으로 해를 가리는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기독교가 정권유지의 위협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 탄압한다는 건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일 아닌가.

70일 동안 지하감옥에 갇혀 있던 칠레의 광부 33명을 구출해 낸 것을 보라. 평양정권이 신자 한 사람당 얼마를 내라고 ‘인신매매’를 제의해 온다 해도 미주한인교회와 한국교회는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외친다. 평양정권은 어서 속히 ‘눈의 가시 같은 예수쟁이들’을 남쪽으로 돌려보내라. 어서 속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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