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나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갈릴리를 떠나게 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생각하니 무엇인가 허전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라났던 땅 나사렛에는 수많은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한한 영감을 주는 그 갈릴리 호수를 어찌 한 순간인들 잊겠습니까?
그래도 떠나야 했습니다. 하늘 아버님께서 어깨에 메워 주신 사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예루살렘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야만 합니다. 해골언덕 그곳에 서 있는 십자틀 위에서...
벌써 발걸음은 갈릴리와 사마리아 경계선 위에 내 몸을 싣고 성큼성큼 움직여 나아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 앞에서 한 떼의 사람들이 마주 오고 있었습니다. 열 명이나 됩니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가까워 오면서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더럽다, 나는 더럽다, 나는 더럽다.”
자신들의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그렇게 외칩니다. 손가락이 몇 개 없는 손인 걸 보니 나병환자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바꾸고 소리를 드높였습니다.
“예수 선생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지극히 불쌍하게 생각하시고 사랑을 베풀어 주세요...”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렀습니다. 아주 죽기 살기로 결사적입니다. 코가 떨어져 나가 구멍이 뻥 뚫리고 입술도 모두 망가졌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무슨 수가 있어도 고침 받겠다는 절규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가서 제사장에게 여러분의 몸을 보이십시오.”
그 말을 듣자 그들은 기쁨으로 떠났습니다. 그것은 이미 문둥병이 깨끗이 고침 받았다는 선언인 것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가량이 흘렀습니다. 한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 와서 나 예수의 발 앞에 무릎을 팍 꿇고 엎드려 절했습니다.
“예수님,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가족하고 함께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고향에 돌아가 유태인에게 문둥병을 고쳤다고 하면 욕하고, 침 뱉고, 내어 쫓을 것이 뻔할 터인데도 그 사람은 고침 받은 것을 감사할 줄 알았습니다.
“감사할 줄 아는 믿음을 가지셨으니 칭찬이 아깝지 않네요. 영혼까지 구원받는 믿음을 넉넉히 가지셨습니다.”
나 예수는 감사할 줄 아는 사마리아 사람에게 더 좋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라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이 세상 누구에게서도 받을 수 없는 선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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