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온누리교회)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내 잘하다가도 마지막에 관리를 소홀히 하여 이제껏 쌓아놓았던 명성과 업적을 하루 아침에 날려 버리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참 많습니다. 뒷심이 부족하면 끝을 망칠 수 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만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젖어들면 그 틈을 이용하여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리는 조급함을 삼가야 합니다. 반대로 인상적이고 화려한 마무리를 위해 뭔가를 하려는 욕심도 버려야 합니다.

사고야 늘 일어날 수 있지만 마지막에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회복의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운동경기에서 초반에 대량 실점을 했다거나 젊은 나이에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은 그렇게 낙심할 일만은 아닙니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역전할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초반의 실점 때문에 긴장하며 자신을 철저히 관리한다면 전화위복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에 승리한다면 기쁨은 배가 될 것이고 사람들은 당신을 역전의 용사로 기억할 것입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듯이 우리의 인생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출구전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후유증 없이 어떤 일의 마무리를 잘 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올해의 출구전략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순간의 실수로도 큰 낭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잘 지키십시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마십시오. 그러므로 마지막 종료 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하던 일을 계속하십시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급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는 일입니다. 충동을 억제하고 가던 방향을 꾸준히 가십시오. 속도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방향을 지키는 일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너무 깊은 의미를 두어서 감상주의로 빠져드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멋지게 끝내고 싶겠지만 감정의 늪에 빠지지는 마십시오. 유혹은 감정을 통해서 오기 쉬우니까요.

새해가 다가왔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두효과라는 단어도 있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초반의 성공이 최후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이후의 삶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좋은 출발은 매우 중요합니다. 출발을 잘 하려면 그만큼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물리적으로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입니다.

준비를 위한 별도의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아쉬워하며 보내고 있는 마지막이 좋은 출발을 위한 준비의 기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은 곧 새로운 출발입니다. 이 둘의 접촉점에서 꼭 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의미있는 시작은 시계바늘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1-2월이 되어도 여전히 지난 해를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2월에 이미 새해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정한 끝과 시작은 크로노스가 아니라 카이로스로 결정됩니다. 물리적인 시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역사의 주인이신 그분의 승인이 떨어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분이 허락하지 않으면 끝이 없고 그분이 승인하지 않으면 시작은 없습니다. 그 카이로스의 은혜를 경험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열심은 당신만의 열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잠깐 반짝이다가 흐물흐물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출항 후에 겪을 수많은 풍랑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 줄 보호장비도 없는 무모한 출발이 될 것입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카이로스는 말씀과 함께 시작합니다.

하늘이 당신에게 주시는 말씀을 들으십시오. 그 말씀은 마지막이요 동시에 출발입니다. 방향의 최종 목적지요 붙잡을 소망이며 환란의 때에 잡아야 할 중심입니다. 부디 말씀을 꼭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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